[설 민심 어느쪽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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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설 연휴 안방의 정치 화제를 유리하게 선점(先占)하려는 여야의 홍보전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편지까지 보내면서 민심 잡기에 전력했다.

◇ 강삼재 의원 조사와 특검제〓민주당은 '강삼재 의원 검찰 조사' 의 당위성 전파를 설 민심 잡기의 핵심으로 삼았다. 특별 당보와 홍보물 전부가 '강삼재' '공금횡령' 이라는 단어로 빼곡이 채워졌다.

체포동의안 처리를 외쳐왔던 당으로선 姜의원의 불구속 기소가 결정되자 한때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곧 "기소 발표로 국가예산 횡령임이 확인됐다" (김영환 대변인)며 성역없는 수사와 총선 지원금의 국고환수를 촉구했다.

金대변인은 22일 이회창 총재에게 보낸 인터넷 편지에서 "이회창 총재.강삼재 의원은 각종 검찰 수사에 당당히 응한 전두환 전 대통령, 장세동씨에게 차라리 배워라" 고 주장했다.

야당의 특검제 도입 주장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물타기 작전" 이라는 대응논리를 세웠다.

한나라당은 "李총재가 다음 대선에서 이길 게 확실시되기 때문에 각종 사건을 터뜨려 야당을 흔들려는 것" (辛卿植 의원)이라는 논리가 주축이다.

당의 설 홍보물은 "억지 짜맞추기 수사 시나리오에 姜의원이 협조할 이유가 없다" 고 했다.

姜의원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서는 "장기수사체제로 방향을 잡아 대선국면까지 악용하려는 것" (權哲賢 대변인)이라고도 해석했다.

權대변인과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전달한 공개서한은 "정치적.자의적 운용으로 인해 공권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며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영원히 끝내려면 DJ비자금 등 여야 모두의 정치자금에 대해 특검제로 철저히 수사하자" 고 거듭 촉구했다.

◇ DJ의 '강한 여당론' 과 이회창의 '원외 강공' 〓민주당의 당보에는 김중권(金重權)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이 도열해 "든든한 여당, 굳은 각오" 를 외치는 사진이 실려 있다.

"정치안정 없이 경제회생 없다.

정치안정을 위해선 DJP 공조의 강력한 여당이 필수적" 이라는 삼단논법을 편다.

원외로 간 야당에 대해서는 "여름철 밤마다 논에서 울어대던 개구리도 겨울잠을 잔다" (김영환 대변인)며 성토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거대여당은 군소정당, 한나라당 일부 의원까지 빼내 야당을 파괴하려는 음모" "정계개편의 전주곡이자 DJP 장기집권의 디딤돌" (이회창 총재)이라며 '강한 여당론' 에 맞서고 있다.

"실제는 물리력에 의한 강력한 정치만 추구하는 무서운 대통령론" (權대변인)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원외 강공에 대해서는 "신년인사회를 통해 현 상황을 국민에게 직접 알릴 수밖에 없었던 것" (鄭昌和총무)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 자민련의 정치적 실체 인정〓한나라당이 여권의 '아킬레스 건' 으로 여겨 설 공세를 펼치는 대목이다. 의원 4명의 '꿔주기' 이적(移籍)을 한나라당은 집중 부각할 태세다.

특히 충청권에서 논전이 치열할 조짐이다.

한나라당 신경식(청원)의원은 "양반고장 충청도의 민심을 저버린 해괴한 일" 로 이적사태를 규정했다.

정창화(鄭昌和)총무는 "불륜관계(의원이적)로 낳은 사생아는 호적에 등재되지만 가족(교섭단체)으로 행세할 수는 없다" 는 비유를 홍보 지침으로 활용토록 했다.

반면 충청권의 이적의원인 자민련 송영진(宋榮珍)의원측은 "한나라당이 얼마나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으면 양반의 고장에서 이런 비장한 결단이 나왔겠느냐" 는 반박논리를 펼 예정. 충청권의 방언인 "오죽하면 여북했을까(그랬겠느냐)" 라는 김영환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도 여권의 압축된 대응논리로 제시될 전망이다.

자민련측은 "우린 합법적 조치를 다했다. 이회창 총재가 좀더 탁 트였으면 좋겠다" 는 JP의 발언을 인용, 교섭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속좁은 야당' 을 집중 성토할 예정이다.

최훈.서승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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