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잘못을 사과한 도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도올 김용옥의 '논어 이야기' (KBS1-TV)를 보고 기자가 쓴 방송평(4일자 41면)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전화와 이메일들을 보내왔다.

고전을 알기 쉽게 풀어 말하는 그의 강의 솜씨는 인정하지만 견해가 다른 학자들을 다소 폄하하는 도올의 자세를 지적한 기사 내용에 공감하는 쪽이 많았다.

그러나 도올의 이런저런 언행을 문제삼아 그가 지상파를 통해 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중국철학 전공 교수라고 밝힌 독자는 "도올이 논어 이야기에서 벗어나 노벨상 얘기를 하는 것 등은 친정부적인 발언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고 말했다.

한 독자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과거 도올이 월간지 기고문을 통해 6공화국 정권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또 공자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서 방송 전 잦은 기침을 하는 노인에게 '앞자리에 앉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앉았냐' 고 따진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도올과 평소 친분이 있었던 노인은 '기침 사건' 으로 소송을 냈다가 얼마 뒤 이를 취하했고, 이 와중에 도올은 노인을 세 차례 찾아가 사과했다.

두 사람은 화해를 했고 노인은 방청석에 나와 계속 강의를 듣고 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도올은 강의 내용에 대한 학계의 반론에 대해 논문으로 얘기하자는 입장이고 친정부 발언 시비 등에 대해선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제작진이 전했다.

제작진의 한 간부는 "도올이 '기침 사건' 에서 보듯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얼버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고 말했다.

최근 타계한 미당 서정주 시인은 일제시대 때의 친일 언행과 신군부 시절 전두환 전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발언 등에 대해 스스로 '잘못된 일' 이라고 밝히고 용서를 구한 바 있다.

그 것으로 그의 잘못이 모두 덮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런 뉘우침조차 없이 사회각계에서 버젓이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논어에 '과즉불탄개(過則不憚改)' 란 구절이 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잘못을 알고 새 출발하려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풍토가 중요하다. 잘못을 잘 고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 경직된 사회는 죽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김기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