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원숭이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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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른 생물의 유전자 일부분을 이식한 유전자 조작 원숭이가 미국에서 태어났다.그동안 쥐 등 다양한 동·식물의 유전자 조작이 이뤄졌지만 영장류에 적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 영장류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해파리 유전자에서 녹색 형광물질을 만드는 부분을 분리해 원숭이 유전자에 이식,붉은털 원숭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원숭이는 형광물질이 있다는 점을 빼고는 여타 원숭이와 다르지 않지만 미세한 형광물질 때문에 추적이 쉬워 유전 관련 연구에 유용하다.

연구팀은 이 원숭이가 앞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각종 암 등 사람의 유전성 질환을 치료·예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상 유전자를 제거·이식하는 유전자 치료법 등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팀장인 제럴드 셰튼 박사는 “그동안 인류는 쥐 등의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병을 연구해왔으나 앞으로는 유전자 구조가 사람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식한 유전자가 후대로 이어질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앤디의 출생은 앞으로 다양한 유전자를 이식한 원숭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주입(insert)의 머릿글자와 DNA를 합친 iDNA를 거꾸로 써 이 원숭이에 앤디(ANDi)라는 이름을 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실험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인간이 태어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우려와 영장류를 사용한 실험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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