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밴쿠버] “온통 굳은살, 이상화의 발은 황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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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21·한국체대)의 거친 맨발이 카메라에 잡혔다. 19일(한국시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000m에 출전한 이상화의 발바닥에는 온통 누런색의 굳은살이 잡혀 있다.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발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0)의 발도 마찬가지다. [밴쿠버=연합뉴스, 중앙포토]

“23등하고 즐겁게 인터뷰하는 선수는 저밖에 없을걸요.” 메달과는 한참 거리가 먼 23등. 하지만 ‘밴쿠버 스타’ 이상화(21·한국체대)의 얼굴에 아쉬움은 없었다. 여자 1000m는 주 종목이 아니었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19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18초24를 기록해 3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23위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상화는 “1000m는 국제대회에서 제대로 성적을 낸 적이 없었어요”라며 웃었다. “등수를 신경 쓰지 않고 탔어요. 이제 경기가 모두 끝났으니 일단 푹 자고 싶어요. 눈 부은 것 좀 보세요”라며 엄살을 부렸다.

메달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이상화는 여전히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공개된 이상화의 경기 사진 중 레이스를 마치고 스케이트화를 벗어던진 그의 맨발 사진이 떴다. 이상화의 발바닥은 온통 굳은살이 잡혀 누런색으로 울퉁불퉁했다. 팬들은 이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다” “얼마나 고된 훈련을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며 응원을 보냈다. 이상화는 탄탄한 허벅지 덕분에 ‘금벅지’라는 별명이 생긴 데 이어 ‘황금발’이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이상화는 경기 후 선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김관규 감독님과 이규혁·이강석 오빠 덕을 많이 봤다. 정말 감사드린다. 아마 큰절을 100번 이상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밴쿠버=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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