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외인선수 '구관이 명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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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최근 프로농구 삼보의 지휘봉을 놓은 최종규 감독과 동양 사령탑에서 물러난 최명룡 감독은 전국에 내리는 폭설 속에서 야릇한 추억에 잠긴다.

최종규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보에 부임하면서 과감히 퇴출시켜버린 대형 센터 데릭 존슨을, 최명룡 감독은 프로 원년인 1997년 나래에서 기용했던 제이슨 윌리포드를 떠올리며 아쉬워한다.

이들이 남아있었다면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펼쳤을 것이고, 두 감독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떠나버린 얼굴들을 그리워할 만큼 올시즌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 때문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올시즌 10개 구단이 일단 뽑았다가 교체한 외국인 선수는 12명이나 된다. 3명은 부상 등으로 일시 교체했고 나머지는 완전히 바꿨다. 동양은 2명 모두 바꿨고 현대.삼보는 기량이 떨어지는 1명을 교체했다.

골드뱅크는 7일 말린 킴브루를 퇴출시키고 숀 뱅크헤드를 영입했다. LG도 알렉스 모블리를 내보내고 대릴 프루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두 팀 모두 교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올시즌 외국인 선수를 바꿔 재미를 본 팀은 드물다. 센터 무스타파 호프의 부상으로 프루를 대체 기용했던 삼성을 빼면 모두 기대 이하였다. 동양은 다섯차례나 교체를 단행했으나 여전히 꼴찌다.

올시즌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마다 다르다. 시즌 초반에는 수준이 대체로 높고 기량이 고르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리그가 중반으로 가면서 옛 선수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 멤버인 로렌조 홀을 퇴출시키지 않았더라면 올시즌에도 여전히 선두를 달렸을 것으로 본다.

윌리포드나 존슨은 현재 활약 중인 선수들과 비교해 봐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퇴출됐다가 다시 기용된 토드 버나드(동양.97시즌 현대)나 대릴 프루(LG.99~2000시즌 SBS)의 활약이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각 팀은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뽑아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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