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이례적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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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기부 총선자금 지원사건 검찰 수사를 놓고 정치권에서 거친 공방이 계속되자 검찰이 반격 겸 진화에 나섰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8일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 사건의 성격과 검찰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간담회에는 김대웅(金大雄)중수부장 등 수사 실무진도 배석했다.

朴총장은 배포한 자료에서 '예산을 불법 횡령한 중대한 범죄'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중대 사건' '범법행위자들에 대한 엄단' 등 강한 표현을 사용해 이 사건을 보는 검찰의 시각을 암시했다.

◇ 검찰이 밝힌 사건 성격〓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안기부 일반 예산과 재경부 예비비에 숨겨둔 안기부 예산, 안기부 남산 청사 매각대금 가운데 일부로 1천1백57억원을 만들었으며, 이 돈을 선거자금으로 당시 집권여당에 불법 지원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예산을 불법 횡령한 중대한 범죄행위" 라고 규정했다. 정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朴총장은 야당이 반격 자료로 활용하는 'DJ 비자금 수사(97년)' 와 '20억원+α(92년)' 에 대해서는 "이번 수사는 자금의 용처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다. 꼭 집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경부고속철 차량선정 비리 수사에서 불거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표적 수사' 가 아니라는 뜻이다.

즉 '국가예산을 빼내 집권당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전대미문의 불법사건' 과 'DJ 비자금 수사' 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란 얘기다.

그는 특히 수사의 불공정성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한 듯 "특정 정당의 정치자금이니 통치자금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고 선을 그었다.

朴총장은 또 "姜부총재는 소환이 필수적" 이라며 "따라서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 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와 관련, "여야가 불필요한 논쟁으로 검찰 수사에 차질을 빚게 하는 행위는 시정되어야 한다" 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 기자간담회 배경 및 수사 전망〓朴총장은 기자간담회 배경을 묻는 질문에 "수사책임자는 나다.

국민이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 같아 알려주는 것 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 고 말했다. 검찰의 의도와 달리 야당이 '정치적 탄압' 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사건 성격 설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검찰 수사가 정당하고 원칙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 표현처럼 '국기를 뒤흔드는 중대 사건' 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공세에 밀릴 경우 정권의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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