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업(1843~1897)의 ‘무림촌장도(茂林村庄圖)’. 무성한 활엽수, 넓은 강, 멀리 펼쳐지는 산수가 전형적인 남종화풍을 보여준다. 중국 원나라 방종의 그림을 모방했다고 그림 왼쪽 위에 적혀있다.
그의 묵란도가 같은 시대, 다른 길을 걸었던 대원군 이하응(1820~1898)의 난(蘭)과 함께 걸려있다. 민씨는 젊은 나이에 불구하고 독특한 화풍의 난초와 대나무 그림으로 유명하다. 난이 피어오르다 직각으로 꺾여 왼쪽으로 뻗어 나간다. 그의 찬란했던 인생이 조선 몰락과 함께 꺾이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1905년 을사조약으로 조선의 국권이 흔들리자 상하이로 망명, 객지에서 죽음을 맞는다.
바로 옆 대원군의 10폭 병풍도. 두 폭씩 짝을 이루며 난초가 서로 엇갈려 대각선으로 배치돼 생동감을 준다.
선문대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외에 성서전시실과 진주남강유적관(4층)을 갖추고 있다. 성서전시실엔 한국 초대 그리스도교 성서들을 전시하고 있다.
진주남강유적관은 선문대 발굴팀이 10여년 전 경남 진주의 남강수몰지역을 발굴해 수습한 청동기시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주거지를 모형 복원해 놓았고 우리나라 청동기 대표 유물 복제품을 전시해 선사시대 공부에 큰 보탬이 된다.
◆홍성하 컬렉션=선문대박물관은 1982년 홍성하(洪性夏, 1898~1978)씨 유족으로부터 인수한 유물이 대종을 이룬다. 홍씨는 일본 중앙대를 졸업하고 보성전문학교 교수를 거쳐 국회의원·금융통화위원장을 지냈다. 문화재 감식안이 뛰어난 수집가로 유명하다. 그의 컬렉션은 총 1780점으로 도자기 847점, 토기 139점, 회화 507점, 서예·서첩 등 205점, 금속물 82점 등이다.
박물관은 많은 민화를 소장하고 있다. 일본 아다카(安宅)콜렉션으로부터 우리나라 민화 1280점을 인수했다. 생활도자기 및 벼루도 350점을 소장하고 있다.
높이 80cm의 용무늬 큰 매병. 매병(梅甁)은 아가리가 좁고 어깨 부분은 넓으며 밑이 홀쭉하게 생긴 병을 말한다. 파도 속에서 치솟는 용을 생동감 넘치게 상감기법으로 표현했다. 선문대박물관 윤덕문 계장은 “이화여대 박물관에 비슷한 매병이 있으나 일부 파손돼 원형을 유지한 작품은 국내 유일하다”고 말했다.
◆도자=고려청자·분청사기·조선백자 명품이 즐비하다. 현재 전시되고있는 죽순형 주전자(청자)는 몸체에 양각으로 대나무 잎이 조각돼 있다. 담청녹색의 광택이 은은하다. 12세기 청자전성기 전남 강진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높이가 80cm나 되는 용무늬 대매병(大梅甁)이 눈에 띈다. 다리가 세개인 큰 용이 파도 속에서 용솟음치는 모습이 몸체에 표현돼 있다. 병의 어깨 부분엔 흑백 상감기법으로 큼직한 하트형 문양을 돌리고 그 안에 구름과 학을 새겼다. 13세기 전북 부안에서 제작된 청자다. 이경준 박물관장(전 선문대총장)은 “전시 공간이 작아 소장유물의 반도 전시를 못 하고 있다”며 “수시로 전시유물을 바꿔가며 관람객들에게 많은 작품을 보여드리려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방법=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문을 연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국정 공휴일은 휴관. 관람료는 없다. 방학기간엔 전화로 관람을 문의할 것. 041-530-2782.
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