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 “출산 인프라 붕괴 막자” 호소문 전달

중앙일보

입력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월18일(목) “산부인과의 출산인프라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보건복지가족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에 발송하고 산부인과의 위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이번 호소문을 통해 “참담하고 암울한 사회적 현실 앞에서, 산모들이 건강하게 태아를 분만 할 수 있는 진료권의 보장을 위해 관계기관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촉구” 한다고 언급하고 이를 위해 첫째, 출산인프라 붕괴 방지, 둘째, 전공의 미달 해결, 셋째, 의료수가 인상 등을 호소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호소문

2010년 새해가 밝았지만, 저출산의 그늘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하기만 합니다.

산모도 없고, 의사도 없는 저출산 시대는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이지만 이제는 "산모가 있어도 낳을 곳이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언론들도 앞다투어 저출산의 그림자와 산부인과의 암울한 현실을 신년 초부터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참담하고 암울한 사회적 현실 앞에서, 산모들이 건강하게 태아를 분만 할 수 있는 진료권 보장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첫째, 아이 낳을 수 있는 출산 인프라 붕괴를 막아야 합니다.

산부인과 분만실은 2001년 1570곳에서 2008년 935개로 7년 사이 635개가 줄어, 매년 약 90여 곳의 분만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낮은 의료보험 수가와 저출산으로 인한 산부인과 경영 악화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각 지자체 산하 보건소는 산전진단과 철분제 처방 등 산모를 위한 의료지원사업을 확대 실시함으로써 그나마 산부인과 병원에서 산전진단을 받던 환자들을 빼앗아 가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개인 산부인과 병원은 경영이 악화되고 황폐화되어 분만실 문을 닫는 결과에 이르렀습니다.

지역 산모를 위한 의료지원사업이 부메랑이 되어 분만실 없는 산부인과 병원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2009년 6월, 정부 발표자료에 의하면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는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곳은 전국 230개 시군구 중 약55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의 산모는 출산 때가 되면 다른 지역으로 원정출산을 해야 하는 등 산모 건강권이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 됐습니다.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를 막아야 합니다. 산부인과 분만실이 줄어들면 산모 건강권도 보장이 안됩니다!

둘째, 매년 전공의 지원 미달로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해지는 사태를 막아야 합니다.

산부인과 분만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또 어떻습니까?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매년 정원의 50-60%정도이고 이마저도 매년 약 10-20여명 정도가 중도에 포기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산부인과의 전문의 배출 수는 2000년에서 2004년까지는 250여명 정도를 유지해오다가 최근 들어 급격히 감소해 2010년에서 108명이었고, 향후 2011년에는 90여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2009년 12월 대한산부인과학회 조사자료 인용)

더욱 문제인 것은 현재 수련 중인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20%(20명 미만)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야간 분만실 당직이나 부인암 환자의 수술 등 힘든 일을 할 남자 산부인과 의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의료수가, 높은 의료사고 비용, 저출산 등으로 인해 산부인과의 경영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03년부터 소위 국공립병원의 비인기과 전공의들에게 전공의 수련 보조 수당을 지원하는 지원금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조 수당은 민간 병원 전공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또한 수련 보조금 때문에 비인기과에 지원할 의사는 많지 않고, 설령 그런 이유 때문에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런 젊은 의사들이 나중에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 것을 꺼려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실행 대책이 필요합니다!

셋째,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수가를 개선해야 합니다.

산부인과는 분만의 특성상 응급 수술이나 야간 분만 등이 많고 의료분쟁이나 의료사고 등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분만이나 수술의 수가는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자연분만의 국민건강보험 진료수가는 최저 20만5천원으로 맹장수술의 진료수가 27만 4천원 보다 적습니다. 이는 일본과 미국 극빈자보험인 메디케어 수가의 10분의 1 정도의 수준이니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산모들이 출산 후 이용하는 산후 조리원이나 한약 복용, 제대혈 보험 등에 쓰는 돈은 100-200만 원이 넘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분만을 해야 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자괴감에 빠지기 충분합니다.

비단 분만비만 낮은 것이 아닙니다. 산부인과 진료수가는 전체적으로 턱없이 낮은 실정입니다. 국민들의 생활과 의식수준이 선진화되어 의료에 대한 기대치는 선진국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나 저수가로 인한 병원 경영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국민과 산부인과 의사 사이의 괴리감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산부인과 전 회원은 현재 저평가되어 있는 분만 및 제왕절개 수술 수가뿐 아니라 산부인과의 전체적인 진료 수가를 인상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외과나 내과에서 시행되는 직장수지검사는 보험이 인정되는 반면에 산부인과 골반수지검사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산부인과 수술 수가도 다른 나라, 다른 진료 과에 비교해 현격히 낮습니다.

비인기과인 흉부외과와 외과는 수가를 100%와 30%씩 각각 인상을 해주었으나 산부인과는 여전히 수가 인상에 있어서 제외되어 이미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병원 문을 닫았고 남아 있는 병원들도 고사 직전에 처해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여성과 태아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산부인과의 수가를 흉부외과나 외과처럼 부디 대폭 인상해 주시길 간절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2010년 2월 18일
대한산부인과학회 회 장 조태호
이사장 박용원

<조인스닷컴 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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