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표필상 5년 만에 햇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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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가 발족하면서 농구 선수 대부분은 큰 혜택을 봤다. 수입이 좋아졌고 팬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피해를 본 선수도 더러 있다. SBS의 장신 센터 표필상이 대표적이다.

그는 농구 명문 중앙대에서 주전으로 뛰었고 억대 계약금을 받고 SBS에 창단 멤버로 입단한 거물 선수였다.

그러나 프로농구가 생기자마자 거의 '쓸모없는' 선수가 됐다.

세기(細技)보다 덩치(2m1㎝.1백8㎏)로 버틴 표필상이 키는 똑같고 더 빠르며 힘센 외국인선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거대한 공룡이 빙하기를 만나 멸종되듯 '표필상류' 의 느린 센터들은 새로 출현한 '검은 용병' 들과의 적자생존 경쟁에서 패했다.

표필상은 프로 네시즌을 근근이 버텼다. 고액 연봉에 나이는 30대를 훌쩍 넘어 영락없는 미운 오리새끼 신세였다. 동료들은 대부분 은퇴하거나 이적해 창단 멤버중 홀로 팀에 남았다.

그리고 다섯번째 시즌 어느날 표필상은 훨훨 날기 시작했다. 뭔가 부족한 것 같던 SBS의 허전함을 채우면서 SBS 4연승의 중심에 섰다.

김인건 감독이 수비와 리바운드를 강화하기 위해 주전으로 깜짝 발탁하자 표는 멋있게 역할을 수행해냈다.

표는 지난 21일 삼성전에 선발 출장해 무려 31분을 뛰었다. 경쟁 상대였던 외국인 선수 2명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했다.

악착같은 수비에 있는 힘을 다하는 리바운드, 드러나지 않지만 팀 공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궂은 스크린까지 온 힘을 쏟았다.

득점 1위 데니스 에드워즈가 있어 그의 약한 득점력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표필상과 외국인선수 2명은 다른 팀이 넘볼 수 없는 '인의 장막' 을 SBS 골밑에 쳤다.

지난 23일 선두 LG와의 경기에서 7득점.14리바운드로 연장전 승리의 주역이 됐으며 24일 잠실 기아전에서도 34분13초를 뛰며 리바운드 8개를 잡아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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