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큐 '하늘색 고향' 감독 김소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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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제대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 상영할 곳이 없어서야 될까요. 한국영화가 커졌다고 하지만 아직 인프라는 크게 부족하죠. 사회가 성숙한 나라일수록 다큐멘터리 영화제작도 활발한데요. "

국내 최초로 35㎜ 다큐멘터리 영화 '하늘색 고향' 을 연출한 김소영(32.사진)감독의 아쉬움이다.

그는 지난주 가까운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늘색 고향' 시사회를 두 차례 했다.

당연히 개봉일자가 잡혔을 것으로 알았던 기자의 질문에 "일단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린다는 차원에서 무리하게 시사회를 열었다" 고 대답했다.

'하늘색 고향' 은 중앙아시아 한인들의 고달픈 역사를 일체의 가감없이 재현한 작품.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부터 최근까지 이른바 카레이스키들의 한많은 세월을 농축해냈다.

특히 97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던 신순남 화백의 일생과 작품을 중심축에 놓고, 그 주변에 중앙아시아 한인들의 애달픈 육성을 풀어놓아 작품의 설득력을 높였다.

제작에 투자한 기간은 4년. 일반 극영화에 버금가는 돌비 스테레오 사운드 시스템을 동원해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공로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다큐멘터리 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있었다.

다만 공들여 만든 작품을 일반인에게 선보이려고 하나 예상보다 일이 어렵게 된 것이다.

"그동안 흘린 눈물이 한 양동이는 넘을 겁니다. 그러나 카레이스키의 슬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

사실 중앙아시아 한인들의 비애는 TV다큐나 신문기획 등을 통해 자주 소개됐던 것. 그러나 이번 영화는 TV의 해설자 등 제3자의 시각을 배제하고 관계 당사자들의 육성을 그대로 살려내 더욱 비극적이다. 한국 현대사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재차 던지고 있는 것이다.

글〓박정호.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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