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부산항 항만사용료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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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홍콩.싱가포르.가오슝.부산.로테르담…. 세계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 순서다. 부산항은 지난해 '유럽의 관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제쳤다. 올해도 부산항엔 컨테이너가 20%나 더 들어온다.

특히 환적화물 증가율이 50%를 넘는다. 부산항에 며칠 묵었다가 다시 중국.일본으로 가는 화물인데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량의 절반이나 되는 규모다. 통계상으론 부산항은 이미 '동북아의 관문' 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돈은 못 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운항.항만경비로 8.2억달러를 벌고 61.6억달러를 지출했다" 고 집계했다.

1998년 10.2억달러 흑자였던 서비스 수지도 6.5억달러 적자로 변했다. 싱가포르는 연간 20억달러를 항만에서 벌지만 우리는 매년 적자만 엄청나다.

항만 사용료가 싸기 때문이다. 입항.하역료율이 외국 주요항의 3분의 1수준이다. 하역회사는 그 요율의 절반만 받는 덤핑까지 한다.

물량을 주체할 수 없어 노무자들이 24시간 정신이 없는 데도 하역회사는 대부분 적자다. 그렇다고 화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과거 수출 위주일 때는 저렴한 사용료가 도움이 됐지만 수입이 더 많은 요즘은 효과가 별로 없다.

수입 화주는 선박회사에 항만사용료를 제값으로 내야 한다. 선박회사(3분의 2가 외국사)가 그 절반도 안쓰는 경우다.

환적화물에 대한 턱없는 혜택으로 부두만 붐볐지 실익이 별로 없다. 제경비를 한번만 받고, 공짜로 1주일쯤 부두에 놓아두게 한다. 환적화물이 부두 내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 수출화물은 혼잡한 시내 장치장을 이용해야 한다.

항만 사용료를 올리고 제값을 받아야 한다. 화주.선사는 반대하겠지만 우리 인건비.장비료.땅값이 외국에 비해 싼 것도 아니다.

대형선박은 이미 혼잡한 부산항을 외면하는 추세다. 제값을 받고 적정량을 처리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는 계산이 필요하다. 항만으로 인한 부산시민의 불이익이 또 얼마인가.

외국은 항만사용료를 제2의 관세로 활용하기도 한다. 항만사용료를 올리면 헐값 화물이 못들어 오니 어쩌면 농민을 위하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음성직 수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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