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증시 '1월 효과' 기대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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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내년에는 연초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1월 효과' 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경기 하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심리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와 환율 등 대외 변수도 단기간에 호전될 기미가 없긴 마찬가지다.

경험적으로도 최근 10년간 1월에 지수가 오른 경우와 내린 경우가 반반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 '1월 효과' 는 신기루〓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월 평균 종합주가지수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1월에 평균 4.98% 상승해 가장 높았고 7월(+2.11%).4월(+1.81%)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반면 2월에는 평균 4.20% 하락했고 5월(-2.89%)과 8월(-2.81%)순으로 지수가 약세를 보였다. 수치로만 보면 '1월 효과' 가 뚜렷하다.

하지만 통계를 한꺼풀 벗겨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10년간 지수가 오른 경우는 99년과 98년 등 다섯차례에 그쳤고 올해와 95년 등 나머지 다섯차례는 주가가 내림세였다. 오른 경우도 92년(+11.39%)과 94년(+9.18%)을 제외하면 대부분 5% 이내로 상승폭이 작았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과도하게 폭락했던 주가가 경기 급반등과 함께 무려 50.77%나 폭등했던 98년을 제외하면 평균 지수상승률은 -0.11%여서 '1월 효과' 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 증시 주변 여건 예년보다 더 악화〓지난 22일 증시는 전날 미국 증시 강세의 영향으로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급락세로 돌아서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연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호재에는 둔감하고 이미 노출된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이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1월 효과는 연초에 발표되는 정부의 경기정책과 기업의 경영계획 등 장밋빛 청사진에 따른 기대심리로 나타나는 것" 이라며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폭락세는 바로 투자심리 붕괴에 따른 것이어서 해가 바뀐다고 장세가 금방 호전되기는 어렵다" 고 분석했다.

증시 주변 여건도 낙관적인 전망을 불허하고 있다. 주택.국민은행의 파업으로 정부가 당초 약속한 '구조조정 연내 완료' 는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잠시 안정을 찾는 듯 하던 원화가치도 달러당 1천2백원대에서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역시 나스닥 불안과 미 기업의 실적 악화 전망으로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기대 차원의 불투명한 장세 전망에 의존한 공격적 투자보다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둔 보수적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최근 연기금 펀드의 매수세가 유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탄력이 제한되고 있어 시장 내부적으로 매도 압력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상태" 라며 "지수 하락을 염두에 두고 반등시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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