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24일 새벽 막판타결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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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오후 2시, 국회 예결위 13인 예산안조정소위(위원장 張在植) 회의장. 이날 새벽 민주당 정균환(鄭均桓).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원내총무가 타결한 '순삭감 8천억원' 의 세부 내역을 정하는 '베어내기' 가 시작됐다.

▶박종근(한나라당.대구 달서갑)의원〓증액키로 한 SOC 사업비는 4천5백억원에서 6천5백억원 사이로 정리합시다.

▶정우택(자민련.진천-괴산-음성)의원〓농어가 부채 경감은 법이 정한 사항이니 6천6백억원은 지켜야겠죠. 의원들이 이렇게 증액 쪽에 초점을 맞추자 전윤철 장관 등 기획예산처 직원들은 한숨을 쉬었다.

▶예산처 예산실장〓정부 실무자 입장에선 의원님들이 정한 순삭감 규모 8천억원을 어디서 어떻게 깎아야 할지 난감합니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좁은 의미의 민원성 사업을 최대한 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세 반발이 들어 왔다.

▶송석찬(민주당.대전 유성)의원〓사업비가 각 지역에 골고루 배분돼야 하고, 지역 현안 사업도 중요한 건 좀 들어줘야 해요.

여야 3당과 13인 의원들은 크리스마스인 25일 새벽까지 당과 지역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남북 협력기금 등 '정치성 예산' 을 깎겠다는 한나라당과 이를 방어하려는 정부.민주당의 입장도 날카롭게 부딪쳤다.

◇ 순삭감 8천억원 심야 합의〓이에 앞서 24일 오전 1시 국회 운영위원장실. 정균환.정창화 총무는 2시간30분 동안의 막판 협상을 끝내고 잠갔던 문을 열었다. 협상의 최대 난관이었던 순삭감 규모 등에 관한 합의문이 발표됐다.

협상 내내 긴장된 표정으로 기다리던 전윤철 장관은 "좀 늦었지만 26일에 통과되면 아무 문제 없다" 며 굳은 표정을 풀었다.

이에 앞서 이회창 총재는 정창화 총무에게 "최대한 1조원에 가깝게 합의하라" 면서 "협상 결렬에 대비해 '예산안 합의 실패에 즈음하여' 라는 발표문을 준비하라" 고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는 정균환 총무에게 '7천억원+알파' 라는 마지노선을 던지며 타결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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