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부풀리기' 조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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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휴일인 17일 수험생들이 서울의 한 입시학원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교육인적자원부가 '내신 부풀리기'가 심한 고교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필요하면 관련 교사나 학교장을 문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고교에서 특정 교과목을 들은 모든 학생이 '수'를 받거나 1등이 100명 이상 나오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내신 부풀리기 문책"=교육부는 2008년 대입제도 개선안 확정을 위해 18일부터 시.도 교육감, 고교 교사, 대학 관계자, 교원단체 등과 협의하면서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특히 시.도 교육감들에게는 내신 부풀리기가 심한 학교 등은 실태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시정 조치를 포함한 장학지도를 할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학교의 교사.학교장을 문책하거나 평가.인사고과에 반영할 계획이다. 대학 측에는 수시전형 등에서 평어(수.우.미.양.가)보다 석차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시.도 교육감들은 29일 예정된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학생부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7학년도까지 어떻게 하나=2007년 입시까지는 일선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 현상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2008년 입시부터 학생부에서 평어를 없애고 원점수와 석차등급을 표기하는 상대평가가 도입되면 부풀리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그때까지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장 상대평가를 도입할 수 없고 부풀리기 현상을 그냥 둘 수도 없어 고민"이라며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 대책 마련해야= 2008년 상대평가가 도입된다 해도 학교 간의 학력 격차는 반영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 단대부고 박용선 교장은 "2008학년도 개선안으로 성적 부풀리기는 줄어들겠지만 학교 간 격차는 그대로 남는다"면서 "특목고나 경쟁이 심한 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사별 평가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학력 격차 해소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교사별 평가제란 같은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사가 여러 명이어도 교사마다 서로 다른 기준과 원칙을 정해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교과목 교사들이 협의해 같은 문제로 평가하는 지금과는 달리 일률적으로 내신을 부풀리는 게 훨씬 어려워진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내년에 정책 방향을 찾는 연구를 한 뒤 2~3년간 시범 운영을 거쳐 단계적으로 교사별 평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녕.한애란 기자 <francis@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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