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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 탈레반 주요 거점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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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소탕 작전에 투입된 미군 병사가 14일(현지시간) 남부 헬만드주의 바둘라 쿨프 지역에서 적을 향해 응사하며 이동하고 있다. [바둘라 쿨프 AP=연합뉴스]

대대적인 탈레반 소탕작전을 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과 정부군이 주요 거점들을 장악했다고 AFP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AFP에 따르면 아프간 육군의 아미눌라 파티아니 부사령관은 “연합군이 남부 헬만드주 마르자시와 나드 알리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은 13일 미 해병대 4500명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1500명이 마르자로 진격하면서 시작됐다. 헬기가 해병대원들을 실어 날랐고 지뢰 제거용 전차 ABV를 앞세운 병력이 뒤를 따랐다. 이번 작전을 위해 헬만드에 투입된 연합군 병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 등 연합군이 아프간에서 벌인 단일 작전 중 최대 규모다.

미국은 3일 이미 소탕전을 예고했다. 이후 2700여 명의 민간인이 공세를 피해 이 지역을 떠났다. 탈레반은 결사항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정작 상당수 탈레반 세력이 연합군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 교전 규모는 크지 않았다. 14일까지 연합군은 27명의 탈레반 대원을 사살했다. 간헐적인 총격전이 벌어졌지만 큰 저항은 없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작전 초기 단계이지만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곳곳에 사제폭탄을 매설하고 저격수를 배치해 연합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고 있다. 특히 마르자로 통하는 다리엔 수많은 폭발물이 설치돼 미 해병대는 임시 다리를 만들어 건너야 했다. 연합군 측은 14일 병사 1명이 사제폭탄에 희생됐다고 밝혔다. 13일엔 미군과 캐나다군 각 1명이 저격수가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아프간 군의 현지 장악이 목표=지난달 28일 영국 런던 회의에선 아프간 정부가 자국 치안권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넘겨받는다는 국제 합의문이 채택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말 3만 명 증파를 결정하며 아프간 문제 조기 해결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선 아프간 정부의 탈레반 지역 장악이 선행 조건이다.

이번 작전에는 과거와 달리 아프간 군이 대거 참가했다. 미군 2명당 아프간 군 1명꼴이다. 작전명도 ‘모두 함께’라는 뜻의 ‘무시타라크’다. 뉴욕 타임스는 “아프간 군경이 작전을 수행하고 미국·영국 군이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간 군의 참여는 탈레반 소탕을 위해 미국이 내놓은 근본적 처방이다. 과거 연합군의 소탕전은 이 지역에서 수없이 반복됐다. 하지만 잠시 사라졌던 탈레반은 연합군이 물러나면 다시 지역을 장악했다. 이번엔 탈환 지역에 아프간 군경을 배치하고 이들이 현지 치안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미군 오폭, 민간인 12명 희생도=이번 작전으로 쫓겨간 탈레반 세력은 아프간·파키스탄 접경 산악지역으로 피신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이곳에서 힘을 축적해 재기를 노리는 걸 막기 위해선 파키스탄 정부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그간 국경 지역의 탈레반 토벌에 미온적이었다. 존스 보좌관은 작전 시작 일주일 전 파키스탄으로 날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작전 지역을 지속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선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헬만드는 친탈레반 성향인 파슈툰족 근거지다. 14일에는 미군 경량다련장로켓발사기(HIMARS)의 오폭으로 이곳에서 민간인 12명이 희생돼 연합군을 당혹하게 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미 아프간주둔군 사령관은 “비극적인 인명 희생이었다”며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당분간 HIMARS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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