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제때 못갚는 가구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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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 하락과 증시 침체가 맞물려 은행 빚을 제대로 못갚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마다 가계대출 연체금액이 늘어나고 연체비율도 높아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기업부실에 이어 가계부문 부실을 줄이느라 고심하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76조9천7백25억원에 달하던 은행권(서울.제일은행 제외한 9개 시중은행 합계치)의 가계대출 총액이 11월 말 현재 84조7천6백91억원으로 다섯달새 7조8천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마다 돈을 떼일 위험이 큰 기업대출 대신 가계대출을 앞다퉈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져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줄어든 가정이 늘어난 데다 은행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도 많아져 원리금을 제때 못내는 가계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중 연체금액(대출만기일이 지나도록 원리금을 못갚거나 만기 전이라도 이자가 한달 이상 밀린 경우)은 1조7천4백17억원에 불과했으나 11월 말엔 2조3천9백69억원으로 6천5백52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총액 중 연체금액의 비율인 연체율도 은행권 평균으로 6월 말 2.25%에서 11월 말엔 2.51%까지 높아졌다.

은행별로는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주택은행이 6월 말 연체율 1.91%에서 11월 말 3.44%로 급등한 것을 비롯해 ▶한빛은행이 2.4%에서 2.73%로▶평화은행은 1.53%에서 2.64%로▶한미은행이 1.70%에서 2.34%로 높아졌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은 6월 말보다는 소폭 하락했으나 11월 말 현재 연체비율이 여전히 2.64%, 2.60%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이 1.86%로 가장 낮은 연체비율을 보였으며, 하나은행(2.03%)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총액이 늘어난 데다 실업률도 올라갈 것으로 보여 집집마다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 라면서 "12월 말엔 연말 결산을 앞둔 은행들의 독촉으로 일시적인 감소세를 보이겠지만 내년 1분기엔 연체율이 대폭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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