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선수들 숨소리까지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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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다."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과 주관방송사 NBC가 생생한 경기 중계를 위해 선수들 유니폼에 소형 마이크를 달려 하고 있다.

사무국은 '선수 마이크 달기' 사전작업으로 최근 심판 전원에게 모든 경기 마이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감독들에게는 선택권을 줬다.

대부분 거부했지만 일단 중계 해설 경력이 있는 아이재이아 토머스(인디애나 페이서스)감독 등이 방송사 관계자들과의 옛정 때문에 마이크 착용을 수용했다.

문제는 선수들이다. 심판이나 감독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뻔한 내용이다.

선수들이 슬램덩크를 꽂은 후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환호의 함성이나 팀의 리더가 위기의 순간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길 수 있다. 함께 뛰자" 등의 격려가 생생한 중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이 거친 데다 연봉이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배부른' 선수들은 노조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NBC는 지난 시즌에도 감독에게 마이크를 달고 라커룸에 카메라를 설치하려다가 선수 노조가 '사생활 침해' 라며 반발해 철회했다.

농구 중계에 4년 동안 17억5천만달러를 투입해 'NBA on NBC' 라는 두운(頭韻)을 맞춘 경쾌한 이름으로 농구를 중계하던 NBC는 최근 시청률 하락에 의한 광고 격감으로 고민하고 있다.

마이클 조던 은퇴 후 인기가 감소했으며 지난 시즌에도 시청률이 21% 하락해 '마이크 달기' 에 필사적이다. NBA 사무국도 방송 재계약을 위해 절박한 심정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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