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처리 정쟁에 또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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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또다시 미뤘다.

여야는 '예산국회' 인 정기국회(12월 9일 폐회)에서 예산안을 마무리하지 못해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삭감폭과 심의방식을 놓고 맞서는 바람에 약속한 20일 통과시한을 넘겼다.

여야는 이날 심야까지 계수조정 작업을 벌였으나 의견차이가 커 21일 본회의에서도 예산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를 놓고 민생과 경제회복 우선을 내세웠지만 '늑장처리' 라는 국회의 고질병이 도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70년 이래 예산안이 가장 늦게 처리된 시점은 90년의 12월 19일이며 그 밖에는 모두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됐다.

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행정학)교수는 "여론이 정치권에 민생을 먼저 다루라고 소리쳐도 예산안 적기(適期)처리에 너무 둔감하다" 고 지적했다.

특히 상임위에선 의원들이 경쟁하듯 민원성 지역구 사업비를 늘려놓고는 정작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에서 삭감문제를 놓고 '벼락치기 시험준비' 하듯 뒤늦게 달라붙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이 국정쇄신 논란으로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예산안 심의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한나라당은 심의관행을 바꾼다며 '8조원 규모(전체 1백1조원)의 일괄삭감' '성질별.기능별 심의원칙' 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편 소위는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당초 회의를 공개키로 한 방침을 바꿔 별도의 6인 소위(민주.한나라당 각 2인, 자민련 1인, 기획예산처장관)를 구성해 비공개 논의에 들어갔다.

전영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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