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 입학 서류 심사만으로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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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정입학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재외국민 특례입학의 제도상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학들은 정원외로 인원 제한없이 뽑는 '외국 초.중.고교 12년 교육과정 이수자 전형' 을 실시하면서 서류 심사만으로 학생들을 무시험 통과시켰다.

또 재외국민 특별전형 부정입학 과정에서 위조된 출입국 사실증명서의 진위 여부에 대해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엔 교육부 책임도 있다. 교육부는 1998학년도부터 외국 유학생을 더 많이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부모.학생 모두 외국 국적자와 12년 이상 국외 교육과정 이수자에게 면접같은 기본적인 심사 절차를 대학이 면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 무시험 통과=서울대는 이번에 문제된 12년 교육과정 전형에서 예체능계열만 실기고사를 치를 뿐 나머지는 서류만으로 전형한다. 연세대.고려대 등도 마찬가지다.

서류는 ▶초.중.고교 전학년 성적.재학.졸업(예정)증명서▶출입국 사실증명서▶자기 소개서▶수학 계획서▶교사 등의 추천서다.

부모와 함께 2년 이상 해외 거주.수학한 학생에게 해당하는 일반 특례입학의 경우 출입국 사실증명서는 학생 외에 부모 것도 요구하고 국.영.수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 때문에 '12년 교육이수' 가 입시 부정의 표적이 된 것이다.

◇ 대학의 허술한 입시관리=12년 교육과정 이수자 전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 관리를 한다.

심사 기준만 맞으면 모두 합격시켜준다. 하지만 대학들은 업무 과중을 이유로 관련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되기 전까지 대학들이 한번도 출입국 증명서의 위조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고 말했다.

◇ 대안=대학들은 뒤늦게 서류 심사 이외에 면접 등을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면접은 실시하고 지원자끼리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례입학 전문 학원인 세한아카데미 김철형 사장은 "97학년도까지는 외국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학생도 시험을 쳤었다" 며 "경쟁을 배제하고 서류만으로 심사하는 현행 일부 특례제도가 부정을 키운 셈" 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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