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중앙 시조대상] 어떻게 뽑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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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로서 제19회를 맞는 중앙시조대상은 이제 21세기의 문을 열어 제치며 새로움과 변화를 꿈꾸는 시점에 와 있다. 그간 시조에 애정과 정성을 기울인 중앙일보사에 감사한다.

올해 대상후보는 여덟 분, 신인상 후보는 여섯 분이었다. 이중 대상과 신인상의 세 분은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열띤 토의와 숙의를 거쳐 압축한 결과 대상엔 박기섭씨의 '구절초 시편(詩篇)' , 신인상엔 홍성운씨의 '나무야, 쥐똥나무야' 가 각각 영예의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대상은 작품성, 신인상은 주제가 언급됐다. 신인상의 경우, 하순희씨의 '이중섭 유작전에서' , 강현덕씨의 '거울' 등이 끝까지 겨루었으나 주제의식에서 밀렸다.

대상수상작 '구절초 시편' 에선 그의 시정신과 감성, 서민의식등 치열성의 밑바탕과 이면을 볼 수 있었다.

곧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 놓고' 등 담담한 비움에서 정신의 깊이에 대이는 원숙미가 고졸(古拙)한 선미(禪味)를 내며 반짝였다.

구절초꽃 향기와 쌉싸름한 뒷맛이 빼어났다. 선자는 '천부적' 이란 말을 흘리기도 했다.

신인상 수상작 '나무야, 쥐똥나무야' 는 서민의 애환같은 자잘한 꽃, 그리고 그 소득같은 열매가 쥐똥같대서 인용한 쥐똥나무다. '쭉정이 쥐똥 열매들 노숙자의 동전 몇 닢' 등 종장이 돋보였다.

서민의 삶은 늘 중심에 서지 못한채 소외의식으로 밀려난다.

그같은 변두리심리를 쥐똥나무를 통해 자조와 해학으로 형상화했다. 묘한 맛깔과 시각의 새로움을 만난다. 영예의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 김제현.이상범.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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