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중권 체제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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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중권 대표지명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좋아하는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 예의가 바르며, 합리적이고 성실한 데다 추진력이 강하다."

민주당 문희상(文喜相)의원의 얘기다. 金대표지명자가 현 정권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을 때 정무수석을 지낸 文의원이다.

金지명자가 金대통령의 부름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1997년 대선 때(선거전략자문회의 의장)와 대선 직후(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은 것이다.

청와대 시절 金지명자는 "비서는 비서일 뿐" 이라며 실무를 철저하게 챙기는 자세를 보였다. 여권내 뿌리가 없으면서도 조직장악력을 보여줬다. 그런 점을 金대통령은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金대통령은 지난달 말 金지명자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싱가포르)에 수행하도록 했다. 이때 이미 金대통령은 "수고를 해야겠다" 며 그의 대표 기용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은 19일 金지명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서실장 때 나를 보좌했던 성실함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해달라" 고 당부했다.

'김중권 체제' 는 위기상황에서 출범했다. 경제불안, 민심 악화에다 당은 동교동계 내분과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표류해온 상태였다.

때문에 민심과 정국을 안정시키는 게 金지명자의 첫째 과제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金지명자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정책기능 강화 등 당의 시스템적 운영이며, 국정운영의 정상화" 라고 설명했다.

당내 화합과 단결도 급하다. '신주류' 로 분류되는 金지명자에 대한 동교동계 '구주류' (權魯甲 전 최고위원 계보)와 여권 내 차기 경쟁자들의 경계, 일부 초.재선그룹의 반발이 장애물이다.

이런 상황을 정리.조정하지 않고서는 당의 안정적인 운영도, 정국안정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자민련과의 관계 설정도 그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가늠자다.

한나라당은 "우리 지지기반인 영남의 분열을 노린 인사" (睦堯相정책위의장), "청와대 비서실장 때 야당과의 관계를 악화시킨 인물" (孟亨奎기획위원장)이라고 혹평한다.

金지명자의 등장으로 여야관계의 긴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비서실장 시절 DJP(김대중-김종필)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던 金지명자인 만큼 향후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강화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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