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언더' 박지은 버디 대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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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은이 18번홀에서 친 7.5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다. [팜데저트 AP=연합]

신들린 듯했다. 드라이브샷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정확히 떨어졌고, 아이언샷은 대부분 핀 3m 이내에 붙었다. 퍼트 역시 쏙쏙 홀에 빨려들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첫 날인 15일(한국시간). 가장 빛난 별은 '메이저 퀸' 박지은(25)이었다.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의 까다로운 코스를 10언더파 62타로 평정하면서 단독선두에 나섰다. 보기 1개에 이글 1, 버디 9개. 박지은의 생애 최저타(지금까지 9언더파)였다. 1986년 팻 브래들리(미국)가 세운 대회 최소타(9언더파 63타) 기록도 18년 만에 갈아 치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섭씨 32도의 무더위 속에서 박세리(27.CJ)와 함께 마지막 조로 출발한 그는 2번홀(파4)부터 버디쇼를 시작했다. 2, 4, 5번홀 버디. 파3인 6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9, 11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낚았다. 12번홀(파5.462m) 이글이 하이라이트였다. 홀까지 약 210m가 남은 상황에서 3번 우드로 두번째 샷을 홀 60㎝ 거리에 붙여 단숨에 2타를 줄였다.

그리고 14번홀에 이어 16, 17, 18번홀 줄 버디. 특히 18번홀(파4)에서는 그린 주변 프린지에 떨어진 세컨드 샷 볼을 퍼트로 홀을 직접 공략했다. 공은 내리막 S자 곡선을 따라 7.5m쯤 굴러 정확히 컵 속에 떨어졌다.

박지은은 "2퍼트로 막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들어갔다"면서 "큰 보너스"라고 말했다. 그동안 핑 아이언을 써온 박지은은 이날 공식대회 처음으로 나이키 NDS 아이언을 들고 나왔다. 그는 "샷 감각이 괜찮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감이 무척 좋다. 오늘 직접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라운드에는 어머니 이진애(56)씨가 계속 뒤따랐다. 박지은은 "내가 자란 애리조나와 기후가 비슷해 편안하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팜데저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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