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밥상머리 교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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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호 02면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중앙북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섯 자녀를 모두 하버드·예일대에 보내 미국 교육부가 ‘동양계 미국인 가정의 성공사례’로 지정한 전혜성 박사의 얘기죠. 이들 가족은 오전 6시30분이면 온 식구가 식탁에 모였다고 합니다. 아침 식사는 모두 함께한다는 이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졌습니다. 전 박사의 남편 고광림 박사는 심지어 지방 대학 강의로 새벽 3시45분 기차를 타게 되자 매일 새벽 2시45분에 아이들을 식탁 앞에 모이도록 했다고 하네요.

‘너무 심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신간을 하나 읽고 고 박사의 고집과 혜안에 무릎을 쳤습니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리더스북)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SBS스페셜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이 책은 여러 조사 결과를 보여줍니다. 100여 개 중·고등학교 전교 1등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가 주중 10회 이상의 식사를 가족들과 해왔다고 답했답니다. 또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언급된 단어는 140개에 불과했지만, 가족 식사 중 나온 단어는 무려 1000개에 달했다네요.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아이들 학습능력의 차이는 가족식사의 횟수와 식탁에서 의견 개진이 활발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날’이 국경일로 정해질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 조상님들은 이미 훌륭한 밥상머리 교육을 해오고 있었죠. 어른이 드시고 나야 수저를 드는 것을 통해 인내를, 맛있는 것도 나만 먹어서는 안 되는 분위기에서 배려를 배우도록 했습니다.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만족지연능력’을 절로 터득하게 한 셈이죠.

요즘처럼 아빠·엄마·아이들 모두 바쁜 세상에 어떻게 매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요? 그런데 그래야겠더라고요. 가족 식사는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문제점을 해결할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14일은 설날, 경인년이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올해의 가장 중요한 계획을 아직 안 잡으셨다면 ‘주 7회 이상 가족식사’ 어떨까요.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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