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파트 소음 분양사에 배상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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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파트의 소음차단 설계.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민들이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면 분양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생활소음에 대한 아파트 주민의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4부(재판장 尹載允부장판사)는 15일 洪모씨 등 서울 방화동 B아파트 7백60여가구 주민들이 서울시도시개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가구당 18만~34만원씩 모두 2억5천여만원을 지급하라" 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야간에 숙면하려면 소음도가 35데시벨(㏈) 미만이어야 하는데 이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야간에 바로 위층 화장실에서 물을 내릴 경우 아래층에서 측정된 소음도가 평균 55㏈이어서 수면을 방해받은 점이 인정된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는 화장실과 방 사이의 벽이 콘크리트 슬라브에 밀착 시공되지 않고 벽돌 사이에 시멘트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아 틈새로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등 건축 구조상 문제 때문" 이라며 "피고는 하자보수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소음 등을 규제하는 법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분양자측은 최소한의 쾌적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조치할 의무가 있다" 고 덧붙였다.

洪씨 등은 1993년 입주했으나 방음 시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급배수할 경우 소리가 인근 가구에 그대로 전달, 변기 사용에 신경쓰거나 야간에 잠을 깨게 되자 지난해 소송을 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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