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공연 커튼콜 때 객석의 갈채를 받으며 시아준수는 울컥했다. “(소속사와의 분쟁 이후) 처음 국내 무대에 섰고, 팬들이 여전히 환호를 보내준다는 사실이 감격 자체”라고 했다. [김태성 기자]
인터뷰는 뮤지컬에 대한 질문만 받는다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소속사 분쟁에 대한 언급이 부담스럽다는 뜻에서다. 2008년 ‘미로틱’ 이후 국내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그는 말을 많이 아꼈지만 시종 밝고 명랑했다. “누구든 힘든 때가 있다”는 말을 거듭할 땐, 어쩐지 그의 최근 상황이 떠올랐다.
◆너무도 그리웠던 무대=그의 출연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다리를 다친 조성모의 대타였다. 독일인 원작자는 첫 만남에서 그의 가창력에 손을 들어줬다. “뮤지컬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할 줄은 몰랐어요. 한 3년쯤 뒤로 예상했는데. 지난해 일(소속사와의 갈등)이 있고 국내 무대에 대한 갈망이 컸는데 기회가 온 거죠.”
그를 움직이게 한 건 ‘모차르트’의 음악이었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놓치면 후회하겠다 싶었어요. 천재성 때문에 행복했고 동시에 불행했던, 그런 음악가에게도 사로잡혔습니다.”
◆모차르트 아닌 샤차르트=출연은 결정했지만 눈앞이 캄캄했다. 아이돌 가수로는 최고의 보컬로 평가 받지만, 발성·호흡·창법 모두 생소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도 난제였다. 해외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전히 주어진 연습시간은 15일에 불과했다. 게다가 처음 해보는 연기까지. “남들보다 2~3배 연습해도 모자랄 판에 주어진 시간은 짧고, 가요식 발성을 전부 바꿀 수도 없었죠. 고민 끝에 어설프게 할 바에는 내 스타일대로 하자, 기왕 4명의 모차르트가 있으니까 나만의 모차르트를 하자고 마음 먹었지요.” 팬들이 붙여준 ‘샤차르트’(샤는 시아를 줄인 말)의 탄생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버지 역의 서범석은 “연기를 배운 적 없고 연기를 안 하니 오히려 실제 모차르트에 근접한 것 같다. 과도한 연기로 역효과 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방신기’="뮤지컬이, 연기로 노래가 극대화되고 노래가 연기로 극대화되는 장르잖아요. 전 연기를 모르니까, 그냥 지금 모차르트라면 어땠을까만 생각했어요.”
평소 소문난 낙천주의자인 그지만 첫 공연 때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경험했다. “데뷔 때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이제 김준수는 없고 모차르트만 있다. 음악이 전부고, 고통도 행복도 음악 때문이란 건, 나랑 비슷하다, 이런 생각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죠.”
첫 단독무대, 부담감이 컸다. 항상 1/5로 활동했던 동방신기를 잊어야 했다. “동방신기 때는 제가 실수하면 다른 멤버들이 커버해주는데, 뮤지컬은 오직 저 하나만의 싸움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대사를 늦게 치면 상대가 빨리 나오고, 제가 조금 처지면 다른 배우들이 조여주고, 그렇게 주고 받는 거예요. 다른 뮤지컬 배우들이 동방신기 멤버였죠.”(웃음)
◆아이돌, 팬덤=이번 도전은 논란도 많았다. 그 역시 각오한 바다. “아이돌 출신 주인공이라, 평생 뮤지컬만 해오신 분들께는 밉상일 수 있죠. 근데 제가 인복이 참 많아요. 모두 따뜻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셨어요. 키스신, 미치는 연기등 부끄러운 장면이 많았는데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감사드려요.”
“동료와 선배들에게 먼저 말 걸고 재미있게 해주는 친구”라는 이성준 음악감독의 말대로 특유의 친화력이 주효했다. “제 팬 중에 뮤지컬을 처음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다는 분들이 꽤 돼요. 뮤지컬 시장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죠.”
이번 공연은 ‘팬들이 완성한 공연’이란 평도 받았다. 팬들의 집중도가 공연 자체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소녀팬들이 분위기를 깨리라는 우려도 빗나갔다. “저희 팬 분들도 때와 장소는 가리죠. 일부는 팬 페이지에서 뮤지컬 관람요령을 공부하고 왔고요.”
사실 그는 지금껏 공연장을 찾아 제대로 본 뮤지컬이 한 편도 없었다고 했다. 긴 연습생 기간과 바쁜 스케줄에 쫓긴 탓이다. 그런데 벌써 ‘뮤지컬 전도사’가 된 분위기였다. “무대에 서면서 점점 더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어요. 언젠가 뮤지컬도 영화처럼 1000만 관객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뮤지컬은 언제고 또 다시 하고 싶습니다.”
글=양성희·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