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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탄생 100주년 … 불굴의 도전정신 되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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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은 삼성 창업자인 고(故) 호암 이병철(얼굴) 회장이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계기로 호암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며, 더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암은 한국이 낳은 ‘큰 기업가’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과 더불어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업영웅이다.

그가 태어난 해가 바로 경술국치(庚戌國恥)의 해라는 건 호암이 살았던 시대가 얼마나 척박했던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등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는 업(業)을 일으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기업(起業)한 지 10년도 채 안 돼 국내 최대 그룹으로 키웠다.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려운데도 그는 재계 일등 자리를 1987년 타계할 때까지 거의 놓치지 않았다. 오늘날 삼성이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그가 터전을 닦아놓은 덕분이다. 이를 발판으로 이건희라는 걸출한 2세 기업가가 활짝 꽃을 피운 결과물이다.

호암은 숱한 역경을 겪었다. 생전에 “길고도 험난한 도정”이었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단거리 경주를 하듯 전력질주”하며 이겨냈다. 이런 호암의 불굴의 도전정신이야말로 오늘날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특히 후배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투자부진과 미래의 먹을거리 산업 부재, 만성적인 취업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수없이 지적돼온 문제인데도 쉽게 풀리지 않는 건 기업가정신의 부재 탓이 크다. 호암은 삼성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보고서를 받고도 ‘나라와 기업이 살길’이라며 반도체에 몽땅 ‘다걸기’했다. 호암이 살아있다면 기업인들에게 “편하게 살려고 하지 마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하라”고 호통칠 것 같다.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호암의 인재(人材) 제일주의도 되살려야 한다. 그는 사람을 쓸 때 학력이나 출신보다는 철저히 능력을 따졌다. 다른 기업들이 이를 본받는다면 학벌지상주의와 이로 인한 교육의 병폐가 완화될 것이라 믿는다. 정실 채용 금지, 철저한 교육훈련, 적재적소(適材適所), 분권화 등은 지금도 유효한 호암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