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고가 시끄러워진 것은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과학고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전국 53개 고교를 과학중점학교로 지정했다.
과학중점학교는 학년당 2~4학급을 과학 중점과정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 학급은 수학·과학 이수 비율이 전체 교과의 40~50%까지 높아지고 이공계 박사들이 강사로 나설 수 있다. 교과부는 이들 학교에 연간 4000만~8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자율학교’로 전환하게 했다. 자율학교가 되면 교장이 교사의 50%를 초빙할 수 있고, 교육과정도 35%까지 자율 편성할 수 있어 과학중점학교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포고도 서울에서 3대1의 경쟁을 뚫고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됐다. 올해부터 실시된 고교선택제를 의식한 이 교장이 과학고에 준하는 교육과정을 갖추면 학생·학부모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이 교장은 지난해 말 자율학교 신청을 포기했다. 자리 지키기가 어려워질 것을 걱정한 일부 교사가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B교사는 “지금도 문과반(8개)이 이과반(4개)보다 두 배나 많다”며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문과를 선호하는 학생이 많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중점학교의 필수조건인 자율학교로 전환되면 수학·과학 과목 이외의 교사들은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교사는 “교사들이 3월 인사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자리가 비는 학교를 알아보려고 전화를 돌리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3월 전보 대상에 오른 A교사는 “자율학교가 되면 교장의 인사권이 확대돼 교직의 안정성이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밥그릇’을 지키려고 학교 업그레이드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과학중점학교를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또 “과학중점학교 운영 소식을 듣고 반포고를 지원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장은 “올해 자율학교 신청을 못하면 과학중점학교 운영도 무산된다”며 “교사들의 의견을 모아 다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