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펠, 8300명 감원 … 5년간 18조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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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라일리 GM유럽 사장이 9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유럽 자회사인 오펠에 5년간 110억 유로(약 18조원)를 투자한다. 내년에 적자에서 벗어나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흑자 경영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GM은 오펠 직원 8300명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닉 라일리 GM유럽 사장은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오펠에 대한 종합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대규모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해 2012년부터 오펠이 흑자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급한 돈은 유럽 각국에 지원 요청을 한다. GM은 오펠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33억 유로로 예상하고 있다. 라일리 사장은 “필요한 자금의 절반 정도인 15억 유로를 지원해 달라고 독일 정부에 요청했다”며 “다른 유럽 국가들과도 자금 지원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GM은 영국·스페인·폴란드·오스트리아 등에서 각각 4억~6억 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금 지원 조건으로 GM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약속했다.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오펠은 경영난 해결을 위해 생산설비를 지금보다 20% 줄일 계획이다. 또 공장 근로자 7000명과 판매·관리직 13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의 임금도 삭감할 방침이다. GM은 구조조정을 통해 오펠이 연간 10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체 오펠 직원(4만8000명)의 절반이 근무하는 독일 공장의 반발이 특히 심하다. 구조조정안이 시행되면 독일 근로자 39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노조 대표인 클라우스 프란츠는 “GM이 발표한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회사의 일방적인 선언일 뿐 정부나 근로자와 합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GM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지난해 9월 오펠을 매각하기로 하고,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 오펠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유럽 지역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미국 GM 본사의 경영 사정이 나아지면서 오펠 매각 계획을 접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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