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경기에 '조용한 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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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연말 송년모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때문에 각종 행사를 기대했던 호텔.음식점 등은 울상이다.

8일 광주 하남산단 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경기침체 속에 내년 경기마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연말을 조용히 보내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남산단 입주업체로 직원이 1백20명인 B사는 지난해 음식점을 빌려 송년의 밤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올해는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 신장률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광주 첨단산업단지 내 벤처기업인 A사는 당초 스키장에서 송년회를 가지려고 계획했으나 보류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엔젤 투자자를 통한 자본증자가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지역 무역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대 수출시장인 동남아의 통화불안이 확산, 수출 물량 감소에 따른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호텔 연회장.객실의 연말 예약률이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떨어졌다.

M호텔의 경우 12월 한달간 주말.휴일 연회장 예약이 50%가량 찼을 뿐이다. 주중은 한두건 예약에 그쳐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호텔 측은 "요금을 3년째 그대로 적용하고 있으나 예약률은 더 떨어졌다" 며 "기업들의 송년회는 유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기업 임원모임 등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 말했다.

광주YWCA에는 기업들의 송년회 등으로 예년에는 10월께부터 대관 예약이 10여건 정도 밀렸으나 올해는 3건에 그치고 있다. 음식점.술집 등의 사정은 더 악화됐다.

광주시 동명동 S음식점은 지난해만해도 10건의 연말 예약이 있었으나 올해는 1건도 없는 상태다.

택시운전사 崔모씨는 "예년과 달리 연말이라해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시내가 한산해 빈차가 많다" 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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