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고어 사퇴 압력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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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어 후보는 대선 향배를 가름할 소송들의 결정을 하루 앞둔 7일 법정 공방을 중계하는 TV를 보며 조용히 지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플로리다 주도인 탤러해시에서 소송을 진두지휘하는 베테랑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고어 진영 관계자들은 "고어는 말을 삼간 채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소송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고 전했다.

미 대선이 치러졌던 지난달 7일 성급하게 부시에게 축하전화를 하고 패배시인 연설문을 준비했다가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를 한다는 소식에 이를 취소했던 고어는 이번엔 완전한 패배 확인 이전엔 절대 승복이란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고어가 워싱턴의 부통령 관저에서 TV를 지켜볼 땐 부통령 후보 조셉 리버먼이 함께했다. 그러다 현지 분위기가 궁금해진 고어는 직접 보이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보이스가 "법은 우리편" 이라고 승리를 자신하자 크게 고무됐다.

고어는 윌리엄 데일리 선거대책본부장을 탤러해시로 보내 변호사들을 격려했다. 사태가 막바지 국면에 이르렀다고 판단, 자칫 방심할 수 있는 전열을 가다듬도록 지시한 것이다.

고어는 최근 더욱 거세진 사임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로스앤젤레스의 한 방송국은 그를 토크쇼 사회자로 영입하는 대가로 미 대통령 봉급에 해당하는 액수를 주겠다고 했을 정도다. 그만 포기하라는 압력이다.

고어는 이번 재판에서 모두 질 경우 패배를 시인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 배수진을 치고 있다. 만약 한곳에서라도 승리한다면 상황전개에 따라 여론을 자기 편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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