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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레저] 우리 동네 마라톤 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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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들은 우리나라의 달리기 인구를 300만 명 정도로 본다. 단연 국내 최고의 레포츠인 셈이다. 지난 2년간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만 3만8000명이 넘으니 과장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동네 아파트를 아침 저녁마다 열심히 박수치며 도는 아줌마,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체육관의 러닝 머신에 오르는 배불뚝이 샐러리맨까지 합하면 달리기 인구는 500만명을 훌쩍 넘는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가을은 달리기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중앙일보 마라톤도 11월 7일 서울에서 열린다. 선선한 가을 바람 맞으며 한껏 달리고 싶은 이들을 위해 week&이 ‘우리 동네 마라톤 연습 장소’를 찾아냈다.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회 ‘런너스 클럽’과 함께 마라톤 정보 지도를 만들었다. 이대로만 뛰면 된다. 별 다른 준비도 필요 없다.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 힘차게 내닫자. 달리는 것 만큼 몸에 좋은 것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1) 고수들 모여라 서울 남산

국내 최강의 마라톤 코스. 이른바 '서브(sub) 3'로 불리는 마라토너가 주로 모인다. 무슨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서브 3'란 풀코스를 3시간 안쪽에 뛰는 아마추어 러너들을 말한다. 국내엔 모두 400여명의 '서브 3'가 있다. 이들이 좋아하는 만큼 손꼽히는 난코스라 보면 틀림없다.

코스는 남산 북측 순환도로 3㎞ 구간을 왕복한다. 본래 산책로로 조성된 길이라 바퀴가 달린 건 유모차와 휠체어를 빼곤 일절 다닐 수 없다. 그래서 인라인 스케이트와 충돌 사고가 없다. 주위 경관도 빼어나다. 한여름에도 그늘에서 달릴 수 있을 만큼 숲이 우거져 있다.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그린 응용 코스엔 자동차가 다닌다.

쉽지 않은 코스라기에 직접 재보니 고저 차이는 채 20m가 안 됐다. 그렇지만 막상 뛰어보면 다르다. 평지는 거의 없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쉼없이 이어진다. 500m마다 거리 표시가 돼 있고, 화장실.급수대 등 편의 시설도 잘 갖췄다. 바닥 재질은 아스팔트.

▶가는 길=지하철 이용을 권한다. 3호선 동국대입구역에서 15분.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국립중앙극장 주차장 요금은 30분마다 1000원

▶코스 추천=이종태(019-280-6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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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닥이 특별하다 서울 중랑천

요즘 중랑천은 서울 도심 레저의 새로운 명소다. 군자교 아래부터 수락산 근처까지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와 곳곳에서 낚싯대를 기울이는 강변 풍경은 '레포츠 서울'을 상징한다. 그 강변 풍경 중 하나는 물론 마라토너다.

최근 중랑천변 자전거 도로에 아스콘이 깔리면서 멀리서도 마라토너가 찾아들고 있다. 특히 월릉교 아래부터 노원교까지 왕복 17㎞ 코스에 집중적으로 몰린다.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보다 충격이 작은 아스콘 바닥 구간은 중랑교부터 노원교까지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코스 중간께인 월릉교에서 북쪽으로만 뛰는 이유가 있다. 이 구간만큼은 자전거 도로와 마라톤 도로가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코스에선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와의 충돌 걱정없이 마음껏 뛸 수 있다.

고도차가 거의 없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변을 따라 조성된 꽃밭 등 주변 환경이 기운을 북돋는다. 특히 야경이 예쁘다. 코스 중간의 화장실은 이동식이다. 매점이 없어 미리 물을 준비하는 게 좋다. 500m마다 구간 표시가 있다.

▶가는 길=지하철 6,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5분 거리

▶코스 추천=김용산(016-742-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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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을 달린다 수원 광교산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크로스컨트리 입문자들이 찾아드는 곳. 편도 4.3㎞ 주로는 고도가 시나브로 올라간다. 출발점과 반환점의 고도차는 65m. week&이 실측한 결과다. 왕복 2차로 차도 옆에 인도가 나있지만 차도를 주로 달린다. 반환점이 13번 버스 종점이라 가끔 버스가 지나지만 교통량은 그리 많지 않다. 인도는 시멘트나 보도블록으로 돼 있고, 차도는 아스팔트 길이다. 공기 좋은 산 중턱 길이라 피로감은 훨씬 덜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달리는 기분. 하지만 차도를 달리는 코스여서 늘 조심해야 한다. 특히 영동고속도로 너머 위쪽 주로엔 인도가 좁고 가로등이 적어 야간엔 위험할 수도 있다. 100m마다 거리 표시가 있다. 코스 시작점의 반딧불이 화장실은 꼭 들를 것. 예쁜 화장실로 소문이 나 있다. 마라토너에겐 탈의실로 쓰인다. 반환점의 약수터까지는 물 먹을 데가 없다.

▶가는 길=코스 접근이 쉽지 않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광교저수지 뚝방 밑에 차를 세우거나 반딧불이 화장실 아래에 세워야 한다. 모두 무료. 대중교통은 13번 시내버스를 타고 경기대학교 입구에서 내린다

▶코스 추천=백종수(018-455-3652)

4. 풍부한 편의시설 대구 신천

대구의 신천은 마라토너의 집합소다. 인근 금호강변은 마사토 길이지만 대구의 러너들은 굳이 시멘트 바닥의 신천 코스를 택한다. 이유가 있다. 신천 둔치는 잘 조성된 마라톤 코스다.

신천에는 동신교를 기점으로 위·아래로 1㎞씩 구간 표시가 돼 있다. 각 다리마다 거리도 표시해 놓았다. 가로등도 많고, 녹지 공간 등 볼 거리와 2.5㎞마다 설치한 화장실·급수대 등 편의 시설도 풍부하다. 모두 마라토너를 위한 장치다.

코스는 동신교 아래 왼쪽길을 달린다. 상동교까지 남으로 달렸다가 북으로 방향을 틀어 청산교까지 가서야 되돌아 온다. 모두 17㎞나 되는 긴 코스다. 힘에 부치면 동신교∼상동교 코스만 왕복해도 된다. 강 오른편으로 넘어가지 않고 굳이 왼쪽 길만 왕복한다. 오른편엔 녹지 공간이나 편의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스는 대체로 평탄하다. 저녁에 산책 나오는 시민이 많아 마라톤 훈련은 주로 오후 7시 이후에 시작한다.

▶ 가는 길=지하철 1호선 칠성역에서 강을 따라 10분이면 동신교. 다리 아래에 신천에서 유일한 주차장이 있다. 50여 대 주차 가능.
▶ 코스 추천=박병화(017-514-0460, atoman99@naver.com)

5. 환상의 바닷길 부산 해운대

해운대 바닷가를 달리는 환상의 코스다. 950m 길이의 동백섬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나와 해운대 바닷가를 2㎞쯤 달린 뒤 다시 되돌아 온다. 야경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 부산의 마라토너는 주로 저녁 시간에 훈련을 한다.

코스는 대체로 평탄하다. 동백섬 입구와 수산과학연구소 근방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을 뿐 5㎞구간 내내 평평한 코스가 유지된다. 동백섬은 아스팔트 길이고 바닷가 길은 보도블록이 깔려 있다. 딱딱한 보도블록 위를 굳이 달리는 이유는 역시 바닷가 길이기 때문이다. 피서 인파가 몰려드는 여름철에는 코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흠이다. 구간별 표시도 없다. 하지만 조선비치호텔에서 미포선착장까지 해운대 바닷가가 2㎞ 펼쳐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마라톤 연습 코스를 만들었다. 해수욕장 지역이라 화장실·급수대 등 부대 시설은 잘 돼 있다. 숙련된 러너라면 보통 왕복 두차례를 뛰어 10㎞를 훈련하거나, 송정 쪽으로 넘어갔다 오기도 한다.

▶ 가는 길=지하철 동백역에서 1㎞ 거리. 동백섬 사거리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 코스 추천=정화국(011-878-1159, kughwan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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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꽃길 따라 인천대공원

인천·부천 지역 마라토너의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89만 평 규모의 인천대공원를 빙 한바퀴 돌고 나오는 6㎞ 구간은 주위 환경만 따진다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꽃 많기로 이름난 인천대공원을 뛰어다니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인지 인천 지역은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활동이 유독 활발하다.

2차선 아스팔트 길을 달린다. 코스 내내 가로수가 잘 정비된 데다, 호수를 왕복하기 때문에 상쾌한 기분이 내내 유지된다. 화장실·매점 등 편의 시설도 잘 갖췄다. 코스가 전반적으로 평탄해 초보에게 좋다. 대신 사람이 많이 몰린다. 가벼이 산책나온 인근 주민들,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늘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인천대공원 마라톤 연습은 주로 아침 일찍 시작한다. 인근 관모산 등으로 코스를 늘리거나 어렵게 구성할 수도 있어 숙련된 러너도 자주 이용한다.

▶ 가는 길=경인전철 송내역에서 남광장쪽으로 나와 시내버스 16번, 좌석버스 103번 타고 5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 나들목에서 나와 500m 지나면 지하차도. 지하차도 위에서 좌회전하면 대공원 정문. 주차비 1회 2000원, 입장료 없음.
▶ 코스 추천=천재연(011-669-8421, actch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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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 전에 잠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달리기라지만,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달리기다. 달리기 왕초보라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달리기 전에 알면 도움 되는 몇가지를 전한다.

많이 보다는 자주=한번에 2~3시간씩 뛰는 것보다 일주일에 30~40분씩 세번 이상 뛰는 게 낫다. 마라톤 왕초보라도 일주일 세차례, 40분씩 연습 6개월이면 풀코스 도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친구와 함께=마라톤은 단체 경기다. 절대 고독의 경기라고 하지만 옆에 아무도 없는 것과 나란히 뛰는 건 크게 다르다. 숨이 턱턱 막힐 때 옆에 누군가 있으면 큰 힘이 된다.

운동화 고르기=자신의 발 치수보다 5㎜ 정도 큰 것을 신는다. 발이 붓는 걸 고려해서다. 신발은 8만~15만원대 가격이면 적당하다. 매니어들은 보통 800㎞쯤 뛰면 신발을 간다. 한달에 평균 300㎞쯤 뛰니 석달에 한번꼴로 갈아신는 셈이다.

운동화 끈 매기=원래는 대여섯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매든 중요한 건 단 하나. 달리기할 때는 발가락 쪽은 다소 느슨하게 풀어주고 발목 쪽은 꽉 매야 한다. 발목 쪽 구멍 2개 사이로 끈을 넣어 매듭을 짓으면 아무리 달려도 끄떡없다(사진).

바세린 효과=달리기엔 바세린이 필요하다. 5㎞ 이상 달리다 보면 옷과 피부가 마찰하면서 피부가 까지거나 쓸리는 상처를 입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찰이 잦은 곳에 미리 바세린을 바른다. 발에 물집이 잡히는 걸 예방할 때도 좋다.

기록하라=한번 달리기에 빠지면 기록하지 말라고 해도 기록한다. 1초라도 앞당겼을 때의 쾌감은 마라톤을 중독으로 이끄는 힘이다. 참고로 하나. 3시간59분59초를 기록한 마라토너는 '3시간대 선수'다. 절대 "4시간에 뛰셨군요"라고 해선 안 된다.

도움말=런너스 클럽 고재목 회장

*** 지도 어떻게 만들었나

여태 신문에 게재되는 지도는 그림에 가까웠다. 축소 비율이나 방위가 무시된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week&의 지도는 실측 지도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승인을 받은 동아지도(www.map4u.co.kr)사와 함께 제작했다. 로드맵 차원에서는 국내 신문 최초의 시도다.

굳이 실측 지도를 실은 건 마라토너를 위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로에 관한 정확한 정보다. week&은 우선 마라톤 동호회 런너스클럽으로부터 지역별 훈련 코스 20곳을 추천받았다. 이 가운데 지역.난이도.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6개를 추렸다. 한달 동안 모두 5차례 지도를 수정하고, 정보를 보강했다. 높낮이가 심한 서울 남산과 수원 광교산 코스는 실측을 거쳐 단층도까지 그렸다. 1m의 고도차도 직접 뛰어보면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지도의 방위표 근처엔 '스케일 바'가 있다. 이 1cm 길이의 막대는 각 지도의 축척도에 따라 실제 거리를 표현한다. 일테면 '0-300m'란 표시는 지도상 1cm가 실제 거리 300m란 뜻이다. 혹여 몰라 코스별 추천자의 연락처도 적었다. 모두들 기꺼이 자신의 연락처를 공개했다. 여기 코스는 초보자용이다. 달리기에 자신이 붙으면 왕복 횟수를 늘리며 훈련하자.

▶런너스 클럽(cafe.daum.net/runners)=아마추어 마라톤 동호회. 현재 회원수 2만2000여명, 지역별 모임 20여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서울 여의도 둔치에서 노란 유니폼을 입고 질서정연하게 뛰는 무리를 봤다면 바로 런너스클럽(런클) 회원들이다. 런클은 지역마다 각자의 날짜.시간.장소에서 훈련을 한다. 일테면 수원 코스를 소개한 소모임'수수꽝'은 '수요일 수원 광교산 달리기'의 약자다. 회비는 없다. 스포츠용품 업체 '러너스클럽'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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