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불법 계좌로 100억 이상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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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사가 민주노동당의 불법 정치자금 관리 의혹으로 확대됐다. 경찰은 불법 계좌에서 관리된 자금의 정확한 규모도 파악 중이다.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가 본질”이라면서도 “증거 인멸 부분 등에 있어서는 민노당도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병윤 민노당 사무총장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K은행 계좌로 당의 자금을 관리한 혐의를 잡아냈다. 전교조와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의 당비 송금 과정을 살펴보다가 민노당의 불법 계좌 한 개를 찾아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오 사무총장 등이 돈세탁을 한 의혹이 있는 55억여원은 민노당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다. 검찰과 경찰은 이 계좌에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억원 이상이 관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당 차원에서 관리했던 불법 정치자금이 가장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당이 불법 자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해 일반 당원들 명의로 계좌를 불법적으로 개설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압수하려던 민노당 서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두 개도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 디스크는 전교조와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이 민노당에서 활동한 내역이 담긴 ‘당원·당비 관리 시스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사무총장이 하드디스크를 빼낸 이유가 공무원 신분인 당원의 범죄 혐의를 없애고, 동시에 민노당의 불법 자금 관련 증거를 숨기려 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 놓고 마찰 예상=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이 검찰과 경찰을 앞세워 민노당을 압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오병윤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씨의 행위는 증거 인멸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당의 재산권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개적이고도 합법적으로 행사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기관에 할 말이 있다면 정당한 법 집행에 일단 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경·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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