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도 아프리카 투자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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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아프리카 투자에 뛰어들었다.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신흥경제대국 브릭스(BRICs) 중 하나인 브라질이 중국·인도에 이어 아프리카에서의 사업과 투자를 확장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시장을 놓고 벌이는 세계 각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브라질의 아프리카 투자는 2000년까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집권하며 급증했다. 브라질은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에 아프리카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은 첫 임기 5년 동안 여섯 차례나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지난해 7월에는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 초청인사로 초대돼 양 지역 간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0년 30억 달러(약 3조4900억원)를 기록했던 브라질의 대아프리카 수입액은 2008년 185억 달러(약 20조9000억원)로 급증했다. 수출도 같은 기간 10억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증가했다.

브라질이 아프리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또 바이오 에탄올 등 자국 수출품의 생산 기지로 아프리카를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브라질은 지구온난화로 경작지가 줄어들자 앙골라 등 농경지 확보가 쉬운 국가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은 앙골라·모잠비크 등에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 브라질의 세계적 광산업체 발레는 건설업체 오데브렉트와 합작으로 모잠비크 북부 테테 지역에서 광산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석탄채굴권을 확보하고, 전력·항만·철도 등의 인프라를 구축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철강업체인 CSN도 이 지역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방침을 밝혔다. 투자가 이어지며 테테에선 일자리를 찾거나 계약을 따내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몰려들고 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도 앙골라의 우물 개발사업을 지원하며 앙골라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FT는 역사적 배경도 브라질을 아프리카와 쉽게 연결시키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앙골라·모잠비크처럼 브라질 역시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 또한 18세기 노예무역을 통해 브라질로 강제 이송됐던 300만 명의 아프리카 원주민 중 140만 명은 1820년대 다시 앙골라·모잠비크로 돌아오기도 했다.

FT는 이 같은 문화적 특성이 중국·인도보다 브라질이 아프리카에서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평했다. 브라질이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 신흥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FT는 “적잖은 아프리카 국가가 과거 자기들과 같은 문제를 가졌던 브라질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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