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마다 기미오-루이나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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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루이9단 상승세에 찬물 '통한의 패배'

총 보 (1~238)〓이튿날 아침, 남편 장주주(江鑄久)9단과 함께 서울 가는 버스에 오르면서 芮9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러나 서봉수9단이 역전에 이르는 아픈 대목들을 지적하자 금방 얼굴색이 달라지더니 "내가 미쳤어요. 어젯밤 한숨도 못잤어요" 라며 서툰 한국말로 괴로운 심경을 고백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바로 이때가 여성 최고수 芮9단의 지칠줄 모르던 상승세가 꺾이는 순간이었다.

연초 이창호9단과 조훈현9단을 격파하며 '국수' 에 올랐고 세계여류 정상에 올랐으며 그후 많은 국내대회와 세계대회 우승컵을 향해 일로 약진하던 芮9단은 이 뼈아픈 역전패를 고비로 일순간에 하향세로 접어드는 것이다.

바둑판이든 세상일이든 이렇게 묘하다. 승리의 흐름에서는 진 바둑도 자꾸 이기는데 패배의 흐름에서는 이긴 바둑도 귀신들린 듯 악수를 두어 역전당하고 만다.

芮9단의 강점인 전투력만 해도 그렇다. 芮9단은 터프한 돌파력과 공격력으로 이창호9단 등 많은 고수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이 판에선 그 전투력이 화근이 돼 대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야마다 기미오8단은 지난해에 이어 또 4강까지 도약했다.

수줍음을 잘 타는 야마다에게 한적한 유성연수원의 분위기가 도움이 된 것일까. 이 판은 초반 23의 봉쇄를 당한 이후 시종 밀려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았으나 막판에 118로 눈감고 난전을 벌인 것이 행운의 도화선이 되었다

(142〓126, 149〓139, 180.186.192.198.204.210〓66, 183.189.195.201.207〓175, 221.227.235〓213, 230〓25, 224.232.237〓218).238수 끝, 백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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