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국방백서'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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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발간된 '2000년 국방백서' 는 남북 정상회담과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이후 변화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1967년 이래 15년째 해마다 9월말~10월 초에 발간해 오던 것을 올해는 2개월 가량 늦게 발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백서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논란을 빚은 ▶주적(主敵)개념▶장병 정신교육 문제에 대한 입장을 국방부가 확실하게 정리했다는 점.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 을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은 남북관계가 일부 진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이를 폐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장병 정신교육 부분에서는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신축성이 엿보인다.

99년 백서에서는 "확고한 주적개념과 대적관(對敵觀)을 갖고 유사시 위국헌신하는 군인정신을 행동화해야 한다" 고 강한 표현을 썼으나 이번에는 자극적 표현은 배제하고 '군의 기본임무' 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를 보였다.

백서는 ▶남북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침범하는 어떤 외부의 위협도 격퇴.응징하고▶군은 상대방의 '기도(企圖)' 가 아니라 '능력' 의 변화 여부에 대처해야 한다는 등의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 미 증원전력의 규모를 90년초 48만명에서 90년대 중반 63만명으로 늘렸다가 최근 다시 69만명 수준으로 증강한 것은 중동지역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를 가상한 '윈-윈 전략' 에 따른 것이라고 백서는 설명하고 있다.

남북한의 전체병력은 각각 69만명, 1백17만명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1년 전에 비해 북한의 ▶육군전력은 63개 사단에서 67개 사단▶야포는 1만2천문에서 1만2천5백문으로 각각 늘어나고▶전투기는 8백50대에서 8백70대▶예비병력은 7백45만명에서 7백48만명으로 늘어났다.

용어사용도 ▶벼랑끝 전술▶유훈통치▶통미봉남 정책 등 자극적 용어는 배제하고,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북 포용정책' 도 정부 공식문서에서는 처음으로 '대북 화해.협력정책' 으로 변경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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