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절박한 고어측 법정 대거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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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1일 미국은 물론 전세계 시선이 워싱턴의 연방대법원으로 쏠렸다. 2백10년 미 법조 역사상 최초로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선거 시비를 가리게 됐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변호사.취재진.방청객 등 약 4백명이 법정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심리가 시작됐다. 법정엔 앨 고어 후보의 절박한 상황을 대변하듯 그의 네 자녀와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윌리엄 데일리 선거본부장.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법원 청사 주변엔 고어 또는 부시의 지지자 2천명이 몰려들었다.

고어와 부시의 변호사들은 사력을 다해 변론을 폈다.

부시측 시어도어 올슨 변호사는 50분동안 진행된 변론에서 "플로리다주 선관위가 정한 개표 집계 시한을 연장한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은 선거 규정을 만든 주 입법.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도보수 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과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은 "왜 주 법원에서 해결할 문제를 연방대법원으로 가져 왔는지 이유를 대라" 고 요구했다.

클린턴이 임명한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은 아예 "우리는 플로리다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고 말했다.

대법관들은 부시측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은 뒤 고어측 변호사인 로렌스 트라이브에게 약 40분 동안 질문을 던지고 변론을 들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적 성향의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은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으로 집계 결과가 바뀐 것은 분명하다. 선거 뒤에 관련 규정이 바뀐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며 부시측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또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도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법 적용에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 성향을 보여온 앤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반드시 수작업 재검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기 힘들다" 며 고어측을 추궁했다.

트라이브 변호사는 "당초 집계 결과 시한을 정한 플로리다주 내무장관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며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은 온당한 것" 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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