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직원들 회사 사정에 목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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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얘기 좀 해봅시다."

한파를 겪고 있는 벤처업계의 직원들은 요즘들어 정말 말을 많이 하고 싶어한다. 경기가 나빠지자 사장은 회사 살린다고 밖으로 뛰어 나가고, 직원들은 의기소침한 채 방을 지키고 있으려니 답답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회사사정을 볼 때 감원.임금삭감.근무시간 연장.대외행사 축소.망년회 취소 등 비용절감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백번 수긍하더라도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 은 참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벤처기업 직원은 "요즘은 가족들이 '그 회사는 괜찮으냐' 고 자주 묻는다" 며 "어려움은 견딜 수 있지만 회사의 앞날에 대해 불안한 것이 더 큰 문제" 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당장 눈앞에 닥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뛰다 보니 정작 회사 내부의 사정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 방송장비 업체 대표는 "최근 몇 차례의 펀딩(자금조달)계획이 실패로 돌아가 정신이 없다" 며 "예전에는 직원들의 경.조사 등 신상문제와 근무여건을 일일이 챙겼으나 요즘에는 솔직히 돌아본 적이 없다" 고 털어놨다.

어찌보면 사소한 일인데도 대화부족으로 직원과 경영진 사이가 벌어지는 일이 자주 목격된다. 심한 경우엔 비록 몇몇 기업이지만 노조를 결성해 회사측과 대립하기도 한다.

어려울수록 벤처사장들이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회사의 어려움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를 헤쳐나갈 비전을 심어주는 일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경매 회사인 셀피아가 전 직원을 모아 '회사 비전 설명회' 를 열고 현실적인 여러 보상계획을 전해주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 윤용 사장은 "어려운 상황을 탓하며 직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수는 없다" 며 "알릴 것을 알려주고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벤처정신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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