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고-부 갈등' 최후의 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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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 연방대법원(대법원장 윌리엄 렌퀴스트)이 1일 오전(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 문제에 대한 심리에 착수함에 따라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사활의 갈림길에 섰다.

연방대법원이 조지 W 부시의 손을 들어주면 고어는 승복해야 한다. 반면 수(手)검표 결과를 인정하면 고어는 플로리다주 법원에 낸 불복 소송에 기대를 걸 수 있다.

9명의 연방대법관들이 판단해야 할 핵심 논란은 수검표 결과를 인정했던 지난달 21일의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이 적절했냐는 것이다.

부시측 주장의 근거는 선거(11월 7일)후 7일 이내에 개표결과를 집계해 인증토록 규정한 주 선거법 조항이다.

공화당원인 캐서린 해리스 주 내무장관은 이에 따라 지난달 14일 부시의 당선을 인증하려 했다.

고어측은 소송을 냈으나 주 순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어 진영은 황급히 주 대법원에 상고했고 주대법원이 지난달 21일 시한을 늦춰 수검표 결과를 포함시키라고 결정했던 것이다.

부시측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법해석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부시 진영은 일곱명 중 여섯명이 민주당원인 주 대법원이 당파적 판단을 내렸으며 "선거가 끝난 뒤 고어에게 유리하게 선거법을 다시 쓴 셈" 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고어측은 주 대법원이 선거법을 다시 만든 것이 아니라 상충되는 선거법 조항들을 적절하게 해석한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7일이란 시한규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법의 또 다른 조항은 수검표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대법원이 이 조항도 살리기 위해 시한을 연장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선거법을 '새로 만드는' 권한 남용을 했는지, 아니면 사법부 권한을 적절히 사용해 법을 합리적으로 해석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조차 연방대법원이 어느 쪽에 설지 예단을 삼가고 있다. 연방대법관 9명의 성향은 보수파 다섯명, 진보파 네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지난 수년동안 연방대법관들은 하급심 판사들이 사법부 권한 한계를 벗어나 입법부 영역을 침범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판단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에까지 그대로 적용되리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연방대법원으로선 사법부 고유권한을 지켜내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선거법을 제대로 해석했다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예일대 법과대학원 윌리엄 에스크리지 교수는 "정치적 사안에선 사법부의 법률 해석이냐, 아니면 법 창조냐를 둘러싸고 대립이 있게 마련"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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