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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청소년부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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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 부서 신설은 특정 이해집단과 관료들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부서 신설은 그 시대의 사회적 요구를 집약하고 정부의 국정 운영 비전과 철학을 표현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보호와 육성으로 분리돼 집행되던 청소년 업무를 통합해 전담부서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민간단체.정부조차 동의하고 있다. 일부 청소년단체에서는 청소년 업무를 여성부로 통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의 논의는 청소년 업무를 여성부로 통합하자는 게 아니라 청소년 전담부서가 필요한데 이를 독자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조건에서 문화관광부에 둘 것이냐,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위원회를 신설할 것이냐, 여성.가족 업무 등과 함께 부서를 새롭게 구성할 것이냐의 문제다.

청소년부 또는 청소년처를 독자적으로 신설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청소년의 보호, 육성, 복지, 자율적 능력 개발 등을 통합해 추진할 수 있는 부서를 선택하는 문제인 것이다.

또 한 가지 논점은 종합적인 가족정책을 추진할 전담부서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가족업무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정책 전담부서가 제기되는 것은 이제 '가족'이 새로운 시각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서.부양.보살핌 등 가족의 기능을 여성 위주로 해결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가족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여성의 사회참여 욕구는 증대하고 남녀간의 성 역할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때 성 역할 변화를 매우 중시해 정책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 각 구성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가족구성원 간의 관계 지향, 가족의 형태.가치.기능 등 다양성을 존중해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 공동체를 지원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등한 가족정책을 수립하고,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가족 지원정책을 종합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가족정책 전담부서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독자적인 부서 신설이 어렵다면 여성가족청소년부 형태로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여성가족청소년부가 신설되면 독자적인 '여성부'는 폐지되고 새로운 부서의 한 부분으로 축소된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차별.폭력.편견이 뿌리깊고 여성의 권한 척도가 낙후돼 있는 상황에서 성평등 업무는 계속 확대돼야 한다.

특히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국가차별시정위원회가 신설돼 그 안에서 독자적으로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작동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여성부의 기능으로 유지돼야 할 것이다.

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