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차 엔진 줄이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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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의 다지 캘리버에 사용된 엔진.

엔진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 여러 부품을 한 묶음으로 설계하는 ‘모듈화’로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건 기본이다. 배기량은 줄이되 터보차저나 수퍼차저 같은 과급기로 힘을 키우고 여기에 직분사·가변밸브 시스템을 더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배기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더불어 연비 개선 효과도 있다. 올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모터쇼는 빅3의 이런 변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북미 모터쇼의 테마는 ‘친환경’. 흔한 주제였지만 이전과 달리 ‘축소 지향’이란 자동차 업계의 변화가 느껴졌다. 변화의 중심엔 한층 작아진 엔진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GM은 16기통 1만3600cc 엔진을 단 캐딜락 식스틴 컨셉트 카를 모터쇼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올해 모터쇼에서 GM의 대표선수는 V6 3.6L 직분사 엔진를 얹은 XTS 플래티늄 컨셉트카였다. 미국 차의 상징과도 같은 V8 엔진을 얹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GM의 주력 엔진도 V6 3.0L급으로 바뀌는 추세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캐딜락 SRX와 CTS가 이 엔진을 사용한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출력은 265마력으로 이전 3.6L 엔진을 웃돈다. 가변밸브 시스템으로 엔진의 들숨과 날숨의 엇박자를 상쇄시키고 직분사 시스템을 더해 한 방울의 연료도 헛되이 태우지 않은 덕분이다.

GM대우 젠트라X의 후속으로 알려진 아베오 RS는 직렬 4기통 1.4L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토스카의 후속 차종과 이란성 쌍둥이격인 뷰익 리갈 GS는 2.0L 터보 엔진이 동력원이다. 포드도 V6 3.5L 엔진을 널리 쓰고 있다. 이 엔진은 국내에 소개된 토러스의 심장이기도 하다. 고성능 버전인 토러스 SHO는 기통수와 배기량을 키우던 과거와 달리 같은 엔진에 트윈터보를 붙였다.

크라이슬러는 현대차의 직렬 4기통 2.0과 2.4L 엔진을 다듬어 캘리버와 세브링에 얹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식구가 된 피아트의 작은 엔진을 적극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선 요즘 효율 높이기가 트렌드다. 제한된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과급기의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창사 이래 경주차를 제외하곤 자연흡기 엔진만을 고집했던 BMW도 이제 터보차저 엔진을 전략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과거의 과급기 엔진은 반응이 느리고 연비가 나빴다. 그러나 최신 터보 엔진에는 첨단 기술을 더해 이런 약점을 극복했다. 폴크스바겐은 1.4L 엔진에 터보와 수퍼차저를 달아 170마력을 내는 TSI 엔진을 내놓았다. 아우디는 수퍼차저 엔진을 부활시켰다. 신형 A6의 V6 3.0L 수퍼차저 엔진은 V8 자연흡기 엔진에서나 가능했던 300마력을 낸다. 포르셰의 스포츠카는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고집한다. 엔진을 꽁무니에 구겨 넣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효율을 높인 결과 이젠 배기량 2.9~3.8L로 255~530마력까지 낸다.

김기범 월간 스트라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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