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합의] 여야 모처럼 합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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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가 제2차 공적자금(신규분 40조원, 회수분 10조원)조성동의안을 30일 처리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회창 총재의 결심이 또 한번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29일 오전까지만 해도 "(공적자금 내역을)정확히 살펴보기 위해선 적어도 2~3일의 시간이 필요해 30일엔 처리가 어렵다" 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李총재가 "큰 하자가 없으면 처리해주라" 고 지시한 뒤 여야간에 극적 타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급선회한 한나라당=이날 오후 4시 국회 한나라당 총재실.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공적자금 관련법안을 놓고 민주당과 줄다리기를 벌이던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과 재경위 안택수(安澤秀)한나라당측 간사는 李총재의 호출을 받았다.

李총재는 "경제가 어려워 전격 등원을 했는데, 그에 합당한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고 운을 뗀 후 "내일까지 할 수 있겠느냐" 고 물었다.

이에 安의원은 "정부 여당에 달려 있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 고 답했다. 李총재는 긴급히 당3역회의를 소집, "처리해주는 쪽으로 노력하자" 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이에 앞서 李총재는 공적자금과 관련, 당내에서 가장 깐깐한 입장을 취해왔던 이한구(李漢久)제2정조위원장을 따로 불러 설득했다. 李위원장은 " '따질 건 따져야 하겠지만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대국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 고 전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법안 심의를 위한 재경위 소위(小委) 한나라당측 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민주당측은 "이회창 총재도 말씀하셨는데 되는 방향으로 하자" 고 호소했다.

◇한걸음씩 물러선 여야=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적자금 처리의 걸림돌이 됐던 주장을 각각 하나씩 거둬들였다. 민주당은 "기본법 형식이 돼야 한다" 고 했던 기존 입장을 철회, 한나라당이 주장한 특별법 형식을 받아들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요구한 대로 공적자금 관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이 아닌 재경부 산하에 두기로 양보했다. 한편 공적관리위원회는 민주당 안대로 정부.민간의 공동대표 체제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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