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퇴직금 전액 기증한 이학종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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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근육퇴화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강의를 하는 연세대 경영학과 이학종(李學鍾.65.사진)석좌교수에게 이번 학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내년 2월이면 정년 퇴임하는 그는 자신의 퇴직금 1억4천만원을 시각장애인용 점역실(點譯室)과 장애인 전용 휴게실 건립을 위해 전액 기부키로 학교측과 합의한 것이다.

"30년 전 이 병을 앓기 전에는 저도 장애가 뭔지 몰랐지요. 정상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강의실의 문턱조차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지요. "

"이 돈이 장애인 제자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더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고 그는 말했다. 李교수는 학교측의 배려로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상경관 3층에 강의실을 배정받아 강의를 해왔다. 하지만 구내 서점을 가거나 식당에라도 가려면 혼자 힘으로 쉽지 않았다고 한다.

李교수는 지난 9월에도 동료 교수들과 동문들로부터 모금한 1억원과 사재 5천만원을 같은 용도로 기부한 바 있다.

내년 중반까지 연세대에 마련될 장애인 휴게실에는 지체장애인용 침대, 청각장애인을 위한 팩스기기, 컴퓨터 음성합성기 등이 설치된다. 또 점역실에는 점자프린터기와 확대독서기 등 첨단장비가 마련된다. 李교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한다" 고 소망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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