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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하병준] 구글과 해하가(垓下歌)

중앙일보

입력

최근 IT 업계 메인뉴스라면 아이폰-아이패드 더블 콤보를 작렬시킨 애플의 일거수일투족과 애플을 쫓는 추격자들(구글의 넥서스원,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를 위시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승부와 중국시장에서 검색시장 철수라는 배수의 진을 치며 중국정부의 검색 검열에 반발한 구글의 동향일 것이다.

1월 29일자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의 "구글, 1월 중국시장 수익 30% 급감. 최악의 경우 구글 차이나 폐쇄 가능"이라는 보도에 따르면 상황이 구글에게 낙관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다. 더 심각한 것은 구글의 중국 시장 철수를 가정에 놓고 중국 현지 업체 등에서 인력 스카우트 물밑 작업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구글은 단창필마(單槍匹馬)로 당양(當陽) 장판파(長坂坡)에서 조조(曹操)의 진영을 휘젓고 다니던 조자룡(趙子龍)처럼 파죽지세로 그 세를 넓혀왔지만 동북아의 터줏대감들인 한·중·일 삼국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다. 한·중·일 3국 검색시장에서 구글은 각각 30%대(중국·일본) 혹은 2%대(한국)의 저조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구글발 허리케인이 동북아 3국의 태풍 앞에서 콧바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세계시장 천하통일을 위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시작화면을 바꿨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시장 철수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누구도 예상 못한 한 수이긴 한데 문제는 이 강수가 자칫 자중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시장철수 발표로 구글 차이나 내부에는 이미 동요가 발생했고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중국 현지업체들이 이 틈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제국의 황제인 구글의 문화와 경영기법, 검색 노하우를 보유한 고급인력들에 대한 스카우트에 들어간 것이다.

수백 년 간 지속된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진(秦)나라를 이끈 핵심인물, 상앙(商鞅)·장의(張儀)·이사(李斯) 등은 각각 위(魏)·조(趙, 위魏에서 출생)·초(楚)나라 인물들이다. 그리고 오(吳) 합려(闔閭)를 패자로 만든 오자서(伍子胥)와 손자(孫子) 역시 초(楚)와 제(齊)의 명문가 자제들이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오자병법(吳子兵法)으로 유명한 오기(吳起), 유비(劉備)를 파촉(巴蜀)의 통치자로 만들어준 장송(張松)∙법정(法正) 등도 마찬가지이다.

뭐니뭐니해도 인재 스카우트로 재미를 본 이는 400년 한(漢) 제국을 세운 유방(劉邦)이다. 당시 천하 패권 경쟁에서 항우(項羽)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항우 밑에 있던 한신(韓信)이라는 핵심 카드 한 장을 빼옴으로써 한 방 역전에 성공한다.

그만큼 핵심인재의 누수는 치명적인 법이다. 이번 선언으로 구글 차이나 내 핵심인력이 빠져 나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글이 보게 될 터이기에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시장 철수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음과 동시에 핵심 인적자원마저 놓치는 이중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음이다.

"사지에 놓여야 살 수 있다(陷之死地而后生,置之亡地而后存)"며 배수진으로 대승을 거둔 한신이 될지, 십면매복(十面埋伏)에 걸려 오강(烏江)에서 회한(懷恨)이 담긴 해하가(垓下歌)를 읊었던 항우가 될지 중국 정부와 구글의 자존심 대결의 결과가 궁금하다.

力拔山兮氣蓋世,勢不利兮騅不逝。
역발산혜기개세, 세불리혜추불서

(힘으로 산을 뽑고 패기는 세상을 뒤엎을 만한데
세가 불리하니 오추마가 있어도 어쩔 수가 없구나.)

구글버전: 검색 하나로 세계를 두 손에서 좌지우지하건만,
동북아에서는 검색만으로는 어찌 할수 없구나

騅不逝兮可奈何,虞兮虞兮奈如何。
추불서혜가내하, 우혜우혜내여하

(오추마가 따르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으리.
우희야 우희야 어쩌다 이꼴이 되었을꼬)

구글버전: 검색으로 안되면 이 어찌 한단 말이냐.
구글 마니아들이여, 내 어찌 이리 되었누

하병준 중국어 통번역, 강의 프리랜서 bjha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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