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뜨개질, 행복을 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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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아직도 뜨개질을 하는 사람이 있다. 패스트 패션 시대에 다소 지루해 보이는 취미 같지만 요즘 뜨개질을 소재로 한 두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탤런트 김현주씨의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살림)와 연극배우 김화영(사진)씨가 쓴 『두나맘 스타일 니트』(스타일조선) 얘기다. 김화영씨는 배우 배두나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두나맘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평소에 취미 삼아 만든 옷이나 컵 받침 같은 일상용품들에 대한 얘기다. 여기에 나온 뜨개 작품들을 보면 이 아날로그적 기술이 이렇게 다양하고 화려하게 변신을 할 수 있나 싶다. 게다가 자기 손으로 만든 만큼 작품마다 모두 사연이 담겨 있다. 뜨개질은, 그렇게 사소한 일상용품에다 이야기와 사연, 추억을 담는 일이었다. 이들에게서 손뜨개로 만들어나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인스타일·스타일조선·살림

손뜨개 하나로 스타일리시해진다

“찬바람이 불면 손이 근질근질해요.” 김현주씨에게 뜨개질은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는 작업이자 끈기와 오기를 시험하는 기회다.

김화영씨가 보여주는 손뜨개 니트는 말 그대로 스타일리시하다. 딸이 입고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면 “어느 브랜드냐”는 댓글이 줄줄이 붙는다. 김씨는 그 비결을 ‘좋은 실’에서 찾는다. 손뜨개를 할 땐 최소 울 70% 이상의 실을 골라야 한다는 것. “요즘은 남대문 시장에만 가도 웬만한 수입실이 다 있죠.”

또 손뜨개는 옷보다 액세서리로 만들 때 더 멋스럽고 질리지 않는다. 김현주씨는 “요즘은 조금 헐렁하면서도 핸드메이드 느낌이 나는 털모자가 유행이라 어설프게 얼기설기 짜기만 해도 예쁘다”고 일러준다. 단 여러 색을 섞어 쓰고 싶을 땐 배색에 신경 써야 한다. 평소 명화나 찻잔 등을 보면서 고급스러운 색감을 메모해 놓는 습관을 가지라고 일러준다.

손뜨개로 삶이 버라이어티해진다

김화영씨는 머플러 하나만 짤 수 있어도 얼마나 다양한 작품이 나오는지 보여준다. 머플러를 길게 짠 뒤 끝부분을 한 번 꼬아 이으면 머리에 쓰는 비니가 되고, 목을 감싸는 워머도 된다. 또 머플러 두 개를 이으면 카디건 대용의 베스트로 변신한다. 머플러에 색색의 술을 달면 색다른 장식이 된다. 일명 ‘우주인 모자(사진)’는 어느 기성 브랜드에도 없는 아이디어 작품이다. 모자와 넥워머를 연결시킨 일체형 디자인이 보는 순간 신선하다. 여기에 단추를 다느냐 리본을 다느냐에 따라 느낌은 얼마든지 바뀐다. 책 속 40쪽에 걸친 화보는 이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김현주씨는 옷·머플러 외 소품에도 도전했다. 그는 공부까지 해야 하는 ‘와인’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그래서 ‘와인 스트레스’를 줄이겠다고 라벨을 가릴 만큼 병이 쏙 들어가는 커버를 만들었다. 특히 자투리 실로 만든 가방은 눈에 띄는 다용도 작품이다. 검은색 실로 바닥을 짜고 흰색 실로 몸통과 손잡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남은 실을 다 쓰다 보니 크기가 커졌다. “빨래통으로 써도 괜찮지 않아요?”라고 김현주씨는 묻는다.

뜨개질은 사랑이다, 교감이다

김화영씨는 딸에게 어울릴 만한 털실을 고르고, 시간을 들여 짜고 이름을 새겨 넣어 선물해왔다. 그리고 언제나 ‘너만을 위해’라는 의미를 붙였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개성을 표현하게 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뭘 만들까는 아이를 관찰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장갑을 곧잘 잃어버리는 아이를 위해선 손가락 없는 토시형 장갑을 만드는 식이었다. 아이와 뜨개질로 교감을 한 셈이다.

김현주씨는 연예인이 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뜨개질을 시작했다고 에세이에서 밝혔다. 무념무상으로 두 손을 ‘달리면서’ 머리를 비웠다. 그러면 막혔던 숨통이 시원스레 풀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눈 앞엔 누군가에게 줄 뭔가가 그럴듯하게 만들어졌다. 친구·언니 등에게선물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언제 다 뜨나 싶어 관두고 싶을 때도 바늘을 잡았다. 그래서 미래의 남자친구와 함께 할 커플 워머를 만들고, 모성애가 뭔지 어렴풋이 알려준 네 살배기 조카에게 줄 카디건(사진)을 뜬다.

[TIP] 뜨개질에 썼던 실 다시 쓰려면

예전 손뜨개 옷이나 머플러가 촌스럽게 느껴질 땐 실을 풀어 다시 떠보자. 단, 한번 떴던 실은 꼬임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꼬임을 풀어줘야 새것처럼 매끄럽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실에 수증기를 쏘이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는 실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대신 실을 풀어 미지근한 물에 잠시 담가두었다가 말려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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