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 황장엽씨 "반독재 신념 불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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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7일 오전 10시쯤, 국회 정보위에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 비서)씨가 나왔다. 黃씨의 출석은 처음이다.

회의 시작 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았다. 1시간10분간 비공개 간담회 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느냐" 는 물음에만 낮은 목소리로 "예" 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黃씨와의 별도 면담 불발을 이유로 불참했다.

◇黃씨와 대면 피한 국정원장=오전 11시30분 정보위에 도착한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은 10여분간을 회의장 옆방에서 대기했다. 黃씨가 회의장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남북 정상회담의 막후교섭을 해온 林원장이 북한 김정일(金正日)체제를 비판하는 黃씨를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이 '적절치 않다' 는 판단에 따른 것 같다는 게 정보위측의 설명이다.

林원장은 黃씨와 함께 망명한 김덕홍(金德弘)씨에 대해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 정권 붕괴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특별관리 희망' =黃씨는 간담회에서 '활동제한 논란' 에 대한 심경을 담담하게 밝혔다고 한다. 김명섭(金明燮)정보위원장은 "黃씨가 괴로운 심정인 것 같다.

외부차단 주장이 마음과 달리 언론에 크게 보도돼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다" 고 전했다. 특히 黃씨는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화해협력에 반대하지 않는다" 고 했다고 金위원장이 전했다.

그러면서 黃씨는 "내년까지 집필작업을 하고 싶다" 며 국정원의 특별관리를 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黃씨는 "북한이 독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신념엔 변화가 없다. 다만 정부가 하는 일에 참견하지 않고 민간인으로서 나대로 일을 했으면 한다" 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승희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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