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당파 논쟁, 미국민의 삶 품격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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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상대방을 악마로 만들어선 성과가 나올 수 없다”며 워싱턴의 정치 풍토를 개탄했다. 그는 “워싱턴의 내분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뭔가 격이 떨어지고 워싱턴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의 버몬트 교회에서 이뤄진 연례 조찬기도회 연설에서다.

이 같은 발언은 당파적 이미지를 깨뜨리고 국민들의 통합정치 요구에 호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야당인 공화당 행사에 참석해서도 “공화당은 건강보험 개혁 작업을 ‘볼셰비키 음모’로 묘사했다”고 공세를 폈었다.

오바마는 “건강보험 개혁 법안의 진전을 이루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정중하고 품격 있는 정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워싱턴의 당파 논쟁이 미국민의 삶에서조차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품격의 훼손은 우리 국민 사이에 분열과 불신의 씨를 뿌리고 여론을 편견에 물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에선 어느 쪽도 진실을 독점할 수 없는데 상대방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지 않음으로써 정치를 한쪽이 항상 옳거나 나쁜, 타협이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타협의 정치를 호소했다.

오바마는 종교가 자신의 정치 활동에 안정을 준다며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좌절감이 들 때 나에게 침착함을 유지하게 하고 마음에 평화를 주는 것은 신앙”이라고 고백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부터 50년 이상 계속해온 이날 대통령 조찬기도회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상·하원 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한편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 중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만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그러나 구체적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달라이 라마 측은 “17~18일 워싱턴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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