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조 왕건' 세번째 세트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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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22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호 주변에서는 예스러운 목선 여섯 척의 진수식과 관아 건물의 상량식이 열렸다. 문경.제천에 이어 KBS대하드라마 '태조왕건' 의 야외세트장이 세워진 곳이다.

안동호에 띄워놓은 90t짜리 배 여섯 척은 주인이 나서지 않아 버려진 것을 부산시로부터 기증받아 외관을 다시 꾸민 것. 배값은 공짜이지만 개조하고 육로로 수송하는 데만 1억7천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길이 20m, 너비 6m의 규격에 5마력짜리 엔진을 달아 이동도 가능하게 했다. 앞서 제천 충주호에 띄운 목선들이 엔진의 힘이 달려 별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을 개선한 것이다.

김종선PD는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의 큰 배들은 길이 32m, 너비 12m로 이 목선들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면서 "제천쪽은 수군기지 장면에 주로 쓰이고, 전투장면은 안동쪽에서 찍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들 목선은 당장 몇 주 후 방송할 왕건이 화공법으로 수달을 사로잡는 해상전투 장면에서부터 촬영에 쓰일 예정이다.

반면 이제 대들보를 갓 올린 관아 주변은 연말까지 건물 20여채를 더 지어 촬영에 쓰일 참이다. 문경세트가 궁궐인 반면, 안동세트는 주로 민가.

안동호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민가세트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현대식 건물이 시야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정동호 안동시장은 "안동은 역사적으로도 고려 개국직전 왕건이 병산전투를 벌인 곳" 이라면서 이곳이 안동댐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했던 초가들을 옮겨놓은 야외박물관과 인접한 점을 감안, "안동시내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조선시대 가옥들을 여기로 옮겨 이후 고가옥 박물관을 꾸밀 계획" 이라고 밝혔다.

총 4만여평에 이르는 부지 매입 등 안동시가 소요할 예산은 40억원대에 이를 전망. 하지만 궁궐세트장이 지어진 문경이 반 년만에 2백만명의 관광객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둔 데서 보듯, 관광자원으로서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으리란 것이 안동시의 계산이다.

안동세트장은 문경의 경우처럼 KBS가 10년간 임대해 쓰고 이후 안동시에 기증하게 된다.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앞으로 10년간 고려사를 극화하는 동안 두고 두고 활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안동=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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