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위안화 절상 압박 … 오바마 통상전쟁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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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 환율 얘기를 꺼냈다. 미국이 늘 투덜대던 사안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선 건 이례적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부쩍 수출을 강조했다. ‘수출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적극적 입장은 예전에 보기 힘든 일이다. 통상을 미국 경제 회복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의지다. ‘통상 전쟁’의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환율”이라며 “미국 제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올라가고 상대국 제품 가격은 내려가 우리가 막대한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과 다른 국가들에 상호주의 방식으로 그들의 시장을 개방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그는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결정은 올바른 조치”라고 말했다. 때맞춰 미 의회는 ‘중국을 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느냐’며 정부를 닦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수출 확대 계획도 밝혔다. ‘국가수출구상(NEI)’이란 기구가 설립된다. 목표는 주로 중국·인도 등 아시아다. 그는 국정 연설에서 “5년 내 수출을 두 배 늘려 2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문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은 3일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리콜 차량 보유자는 당장 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그는 “리콜 차량은 빨리 수리하는 게 좋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미국은 이미 중국과 구글에 대한 검열 문제로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 통상 분쟁은 예견된 일이었다. 뉴욕 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해 세계가 큰 전쟁이나 대규모 정치·외교적 분쟁 없이 금융위기의 고비를 넘긴 것은 정말 희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통상 문제는 경제 정책이자, 정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11월 364억 달러로, 10월보다 9.7% 늘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무역 적자)는 미국 경제의 최대 난제다.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자신들이 보기에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이 드는 통상 문제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좁아진 미국 내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통상 분쟁이 부상하면, 미국 물건을 사지는 않고 자기 나라 물건만 팔려는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실업의 주범이 된다. 고용 문제가 꼬일수록 통상 압력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11월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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