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로 유료구간 늘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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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8고속도로 일부구간의 통행료 징수를 둘러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남원IC에서 지리산IC까지 24.7㎞를 통과하는 차량들로부터 내년부터 일정액의 통행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남원시 의회와 주민들은 시설보완 없이 현상태로는 통행료를 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 통행료 징수 계획=도로공사는 효율적인 도로 관리를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 남원IC~장수IC(15.2㎞).장수IC~지리산IC(9.5㎞)구간에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요금은 11월 현재 기준으로 승용차는 1천1백원, 대형트럭은 1천3백원 정도.

내년말이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완공돼 88선과 교차하게 되는데 차들이 빠져 나올 경우 현재의 상태로는 요금을 징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8월말부터 장수.지리산에 영업소(톨게이트)설치 공사를 벌이고 있고 남원영업소는 기존 대산면에서 월락동 IC로 이전할 방침이다.

현재 남원영업소를 통과하는 차량은 하루 2천~3천대 규모. 광주에서 남원.지리산으로 들어가거나 대구로 갈 경우 이곳을 거친다. 또 전주에서 남원.지리산이나 대구.광주로 갈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징수된 통행료는 도로 파손이 심해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인 남원~지리산 구간 등 교통안전 시설 확보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고 말했다.

◇ 의회.주민 반발=남원시 의회와 주민들은 88고속도로는 현재 편도 1차선에 불과한데다 노면.선형상태 등이 국도보다 못한 '이름뿐인 고속도' 임에도 통행료를 징수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증가, 연간 1백여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통행료를 징수할 경우 이 지역을 찾는 외지인 발길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대형차량들이 통행료를 피해 24번 국도로 몰려들게 됨으로써 교통체증과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이다.

현재도 불량한 노면상태를 피해 김천.진주-여천.광양을 오가는 대형 트레일러들이 이곳으로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와 관련 정준상(鄭準祥.운봉)의원은 "인근주민들과 함께 통행료 반대 서명을 펼쳐나갈 계획이며 그래도 도로공사가 이를 강행한다면 납부 거부운동을 벌여 나가겠다" 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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