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민심은 우리편"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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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올 스톱이다." (한나라당 鄭昌和 원내총무)

"일고(一顧)가 아니라 이고의 가치도 없다." (민주당 鄭均桓 총무)

국회는 20일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얼어붙었다. 두 鄭총무는 정국을 풀기 위한 접촉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기자들을 상대로 감정 섞인 설전(舌戰)만 벌였다.

한나라당에는 "검찰탄핵안을 상정조차 못하게 한 민주당에 대해 여론이 용서하지 않고 있다" (權哲賢 대변인)며 정국 주도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정국해법은 ▶김대중 대통령 사과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 사퇴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의 자진사퇴 등 청와대와 민주당으로선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정창화 총무는 "가장 비중을 두는 게 어떤 거냐" 는 질문에 "모두 중요하고 다 충족돼야 한다" 고 못박았다.

당 총재실 주변에선 "검찰 수뇌부가 이미 정치적으로 탄핵된 상태인만큼 金대통령이 정국을 스스로 푸는 차원에서 검찰수뇌부를 교체할 수도 있지 않겠나" 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런 기대에 대해 "제발 金대통령을 건드리지 말라" 고 불쾌해 했다.

"이번 사태는 국회에서 여야가 벌여놓은 일 아니냐" 며 "인사조치는커녕 대통령의 사과도 있을 수 없다" 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도 "朴총장이 사퇴할 거면 우리가 뭐하러 그 고생하면서 탄핵안 상정을 거부했겠나" 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대신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여론의 흐름이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쪽으로 바뀔 것" 이라고 주장했다. 24일 예정된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 동의안을 한나라당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균환 총무는 "공적자금 동의는 국민을 상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안' "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쟁(政爭)과 경제분리론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회창총재는 이날 저녁 "공적자금 동의는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 고 못박았다. 한 측근은 "탄핵안 저지에 대한 사과 등 야당 요구조건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두 달에 한번씩 영수회담을 열기로 약속한 金대통령과 李총재가 정국을 풀어가는 방안도 양당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전영기.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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